"우리 처음 만나지? 하지만 인정사정 볼 것없다."
프로농구가 챔프전 티켓이 걸린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SK-KGC, 모비스-전자랜드의 열전으로 각각 펼쳐지는 4강 PO에서 눈길을 끄는 선수들이 있다.
이들은 우정과 한풀이의 복잡한 감정으로 얽혀있다. 눈길을 끄는 주인공은 문태종(38·전자랜드)-문태영(35·모비스) 형제와 주희정(36·SK)-김태술(29·SK)이다.
프로농구판에서 유일한 형제 선수인 문태종 문태영은 국내 최고의 귀화혼혈선수다.
문태영이 지난 2009년부터 귀화혼혈선수로 국내 무대에 발을 들였을 때 문태종은 유럽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이후 문태영이 당시 LG에서 특출한 테크니션을 갖춘 멀티 플레이어로 각광을 받자 동생을 따라 한국으로 돌아왔다.
문태종은 전자랜드를 지난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지만 동생 문태영과는 만나지 못했다.
2010∼2011시즌에는 문태영이 소속했던 LG와 서로 다른 조였고, 2011∼2012시즌때는 LG가 PO 진출에 실패했다.
문태영이 올시즌 모비스로 이적하면서 4강 격돌이 성사된 것이다. 문태종과 문태영은 형제 아니라고 할까봐 비슷한 점이 많다.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앞세운 해결사 본능을 지니고 있다. 포지션도 스몰포워드로 서로 매치업을 하게 생겼다.
올시즌 정규리그 성적도 비슷하다. 문태종은 경기당 평균 13.5득점, 4.8리바운드. 문태영은 평균 15.1득점 6리바운드다.
서로 맞대결을 하면 펄펄 난다는 점도 같다. PO 무대에서는 처음이지만 올시즌 정규리그 모비스-전자랜드 맞대결에서 3승3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문태종은 모비스를 만나면 평균 18.8득점을, 문태영은 전자랜드를 상대로 평균 19.7득점을 기록했다. 시즌 전체 평균을 훨씬 웃도는 활약이었다.
이제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4강 PO에서 형제의 우정을 잠시 접어두고 양보없는 승부를 펼쳐야 한다.
이에 비하면 주희정과 김태술은 복잡 미묘한 감정에서 서로를 만나게 됐다. 개인적인 서로에게가 아니라 상대팀에 대해 썩 유쾌하지 않는 감정이 있다.
둘 다 신인왕 출신이다. 주희정이 은퇴한 이상민에 이어 왕년에 잘나가는 가드였다면 김태술은 그 뒤를 잇는 차세대 간판 주자였다.
주희정은 세월의 무게 때문에 후배 김선형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지만 정규리그 동안 백업자원으로서 한 경기도 빠짐없이 출전하며 SK의 정규리그 우승에 보탬이 됐다.
주희정과 김태술은 지난 2009년 맞트레이드됐다. 당시 SK, KGC 양쪽 구단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단행한 트레이드였다.
하지만 각자 소속팀에서 간판 가드의 입지를 굳히려고 했던 주희정과 김태술의 입장에서 서운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주희정은 아무래도 나이로 인해 리빌딩을 추진하기로 한 KGC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김태술은 당시 군복무 문제가 걸려 있어 PO 진출을 해보는 게 지상과제였던 SK에게는 즉시 전력감이 아니었다.
서로 트레이드된 이후 PO 무대에서는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주희정은 지난 2007∼2008시즌 PO때 SK에 비수를 꽂은 추억이 있다.
당시 KGC 소속이던 그는 SK와의 6강 1차전에서 경기종료 2초전 동점 3점슛을 터뜨리며 연장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여기에 바짝 기가 오른 KGC는 2차전마저 건져내며 당시 3전2선승제였던 6강 PO에서 먼저 웃었다.
그랬던 그가 SK를 향한 김태술의 비수를 막아내고 KGC를 향해 칼을 거꾸로 잡아야 하는 것이다. 김태술은 자신이 군 복무를 하는 동안 PO 진출에 실패하다가 이제서야 4강에 오른 친정팀 SK를 상대로 한풀이를 해야 한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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