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는 전통적으로 발 빠른 선수들이 많았던 팀이다.
80년대 김일권 이순철, 90년대 이순철 이종범, 2000년대 이종범 김종국 등이 타이거즈의 기동력을 담당했던 듀오들이다. 테이블세터의 기동력을 바탕으로 상대 내야진을 흔들며 다양한 방식으로 득점을 올렸던 팀이 타이거즈다. 이러한 전통은 이름을 KIA로 바?R 단 뒤에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종범이 하락세에 접어들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 이후 KIA의 기동력은 급격히 쇠퇴했다. 국가대표 톱타자 이용규 홀로 기동력과 득점을 맡기에는 부담이 컸다. 여러 선수들이 이용규와 짝을 이뤄 테이블세터를 맡았으나 들쭉날쭉했다.
KIA는 지난 겨울 김주찬이 FA로 풀리자 가장 적극적으로 영입 작업에 나서며 호랑이 유니폼을 입히는데 성공했다. 김주찬은 지난해까지 통산 309개의 도루를 기록했고, 롯데에서 톱타자로 기량을 인정받았다. KIA 내부에서는 이용규의 테이블세터 파트너로 가장 이상적인 타자가 김주찬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최희섭 김상현 이범호 나지완 등 거포들이 많은 KIA로서는 완벽한 테이블세터 구축이 가장 시급한 과제였던 셈이다. 발 빠르고 출루율 높은 1,2번에 장타력과 해결능력을 지닌 중심타선을 조합시킬 경우 득점력은 배가될 수 밖에 없다.
KIA는 지난 주말 넥센과의 개막 2연전에서 합계 17안타, 4사구 18개, 14득점, 5도루를 올렸다. 경기당 8.5안타, 4사구 9.0개, 7.0득점, 2.5도루를 기록한 셈이다. 단순히 2경기에 대한 통계지만, 최근 5시즌 KIA의 공격 지수와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KIA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게임당 평균 8.70안타, 4사구 4.52개, 4.56득점, 0.92도루를 기록했다. 아직 이른 시점이기는 하나 '김주찬 효과'라고 볼 수 있다. 김주찬은 2경기에서 7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 3도루를 기록하며 공격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답답하기만 했던 KIA 타선이 확연히 달라진 것은 김주찬의 활약에 비롯됐다.
1번 이용규-2번 김주찬 듀오가 9개팀 중 가장 이상적인 테이블세터라는 평가가 나올만하다. 이용규는 국가대표 단골 톱타자로 지난 시즌에는 타율 2할8푼3리, 86득점, 44도루를 기록했다. 타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이유는 역시 2번 타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용규에 대한 상대의 견제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는 이야기다. 4번타자가 강하면 3번타자에게 타격 기회가 많아지듯, 2번타자가 강하면 1번타자에게도 타격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 지난해 이용규가 타율은 낮고 볼넷은 데뷔 이후 가장 많은 66개를 얻어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상대의 집중적인 견제 때문이었다.
이제 김주찬과 짝을 이뤘으니 이용규로서는 훨씬 다양한 공격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두 선수중 누가 됐든 상대투수는 1회 시작부터 어려운 승부를 할 수 밖에 없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커트의 달인' 이용규와 정면승부를 하자니 정교한 타격에 당할 것 같고 피하자니 다음 타자 김주찬이 부담스럽다. 더구나 왼손 이용규, 오른손 김주찬의 조합이라면, 경기 중반 투수를 교체할 때도 어려운 점이 많다. 이것이 상대가 갖는 부담감이며, KIA가 노리는 두 선수의 시너지 효과다. KIA 타선이 시즌 시작부터 기대감을 갖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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