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에서나 '롤 모델'(role model)의 존재감이나 중요성은 크다. 특히 스포츠에서는 더욱 그렇다.
올 시즌 초반부터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는 넥센에서 타자 부문 '롤 모델'은 박병호, 그리고 투수 부문에선 김병현이다. 좋은 하드웨어를 가지고 늘 가능성만 인정받았던 박병호는 지난해 붙박이 4번 타자로 기용되면서 기량을 만개, 홈런과 타점, 장타율 1위를 달성하며 정규시즌 MVP에 오르고 1루수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대기만성'의 전형을 보여줬다.
김병현은 올 시즌 벌써 2승째이다. 9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넥센 염경엽 감독은 "전체적으로 투구가 부드러워졌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강약조절의 성공이다. 직구로 윽박지르기보다는 변화구로 맞춰잡는 피칭을 한다"며 "타자 앞에서 기죽지 않겠다는 김병현의 멘탈이 바뀐 것이 결코 아니다. 싸우는 방법에 변화를 준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사례가 더욱 고무적인 것은 획기적인 야구 기술의 향상이 없다고 해도 마인드의 변화만으로 충분히 잠재된 기량을 일깨울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을 끝내고 변화를 화두로 삼은 주전 선수는 타자 이성열, 그리고 투수 김영민 강윤구 장효훈 등이다. 올해로 10년차를 맞은 이성열은 지난 2010년 24홈런을 친 것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8일 현재 7경기에 나와 벌써 4홈런에 4할2푼3리, 9타점으로 넥센 타선을 이끌고 있다. 타격 30걸 가운데 가장 많은 10개의 삼진을 당하고 있지만, 한결 간결해진 스윙으로 예전처럼 투 스트라이크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는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좌익수쪽으로 많은 타구가 간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기술적인 향상보다는 타이밍 싸움에서 이기는 법, 그리고 붙박이 주전으로 기용되면서 한층 여유를 찾은 마인드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병호가 좋은 예를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김영민과 강윤구, 장효훈 등은 신인 시절부터 대표적인 파이어볼러이지만 제구력의 난조로 인한 4사구의 남발로 A급 투수 반열에 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벌써 5년차 이상의 중고참이다. 언제까지 팀에서 기회를 줄 수는 없는 노릇. 염 감독은 "이제까지 시도를 했지만 안 되면 그건 잘못된 것이다. 과감히 바꿔야 한다"며 이들에게 변화를 강조했다. 김병현이 이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일단 김영민은 올 시즌 선발 첫 출전에서 6이닝동안 5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3볼넷에 그치며 2실점(1자책)으로 호투했다.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이보다 값진 제구력 안정을 찾았다. 강윤구는 시범경기에서 구속은 다소 떨어지지만 안정적인 제구력을 뽐냈다. 비록 강윤구와 장효훈은 지난 3일 LG전에 나란히 나와 각각 4볼넷, 5볼넷을 허용하며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염 감독은 "경기를 하면서 차차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시즌이 진행되면 훨씬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팀의 조건은 투타의 밸런스, 그리고 신구의 조화이다. 특히 롤 모델이 같은 팀에 있어, 직접 영향을 받는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박병호와 김병현이 몸소 보여준 '긍정의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넥센의 올 시즌 성적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이유다.
인천=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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