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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 "10초면 깬다" 챔프전 또다시 등장한 SK 드롭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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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전에서 만난 모비스와 SK. 양팀 사령탑 모비스 유재학 감독(왼쪽)과 SK 문경은 감독이 올스타전에서 악수를 나누는 장면.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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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현역이었다면 SK 드롭존은 10초면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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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공격적인 발언. 하지만 항상 신중했던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1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프전 미디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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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감독은 "가드 출신으로 볼 때 SK의 3-2 드롭존은 그리 정교하지 않다. 내가 현역이었다면 10초면 깬다"고 했다. 그는 1980~90년대 연세대와 실업 기아 출신의 명 가드다. 고질적인 무릎부상으로 20대에 일찍 은퇴했다. 하지만 그는 천재가드였다. 너무나 뛰어났던 패스능력과 슛, 돌파능력을 함께 갖춘 당대 최고의 포인트가드였다. 강동희-이상민-김승현-김태술 등 포인트가드 계보에 맏형과 같았다.

그가 그렇게 말할 순 있다. 하지만 시점이 좀 애매하긴 했다. 챔프전 미디어데이. 고도의 심리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유 감독의 발언은 거침없었다. 동석한 SK 문경은 감독 역시 "선수구성상 드롭존을 쓸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다. 우리의 드롭존이 정교하지 않은 것은 맞다"고 했다. 사실 챔프전에서 여전히 SK의 드롭존은 승부를 가를 가장 큰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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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드롭존의 실체

드롭존은 앞선에 3명, 뒷선에 2명을 배치하는 3-2 지역방어의 변형이다. 3-2 지역방어와 다른 점은 키가 큰 애런 헤인즈(2m1)가 앞선 중앙에 배치된다는 점이다. 통상 3-2 지역방어는 앞선에 가드를 배치한다. 지난 시즌 돌풍을 일으켰던 동부의 3-2 드롭존 역시 앞선 중앙에 김주성을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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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밑이 약해질 수 있다. 하지만 헤인즈가 그 타이밍에 골밑으로 떨어져(drop) 도움수비를 준다. 전체적으로 한국프로농구 가드진의 패스능력이 떨어진 부분을 이용한 변형전술이다.

유 감독은 "내가 너무 단언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KGC 김태술이 (SK 드롭존을 깨는 경기력을) 이미 보여줬다"고 했다.

하지만 SK는 정규리그에서 3-2 드롭존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상대팀이 깨지 못했다. 제대로 공략한 팀은 KGC와 모비스, 그리고 오리온스 정도였다.

3-2 드롭존의 약점은 3-2 지역방어와 비슷하다. 제대로 된 패스가 골밑에 들어가면 쉽게 찬스가 난다. 현역 최고의 패스 테크닉을 지닌 김태술이 그런 장면을 많이 연출했다. 또 형태에 따라서 중앙에서 외곽 찬스가 날 수 있다. 헤인즈가 골밑의 도움수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태풍은 KGC와의 경기에서 유독 정면 중앙에서 3점포를 많이 터뜨렸다. 3-2 드롭존의 약점을 제대로 공략한 것이다.

모비스의 경우에는 좌우 45도 지점의 외곽포와 함께, 양측 사이드라인 미드 레인지 지점에 문태영에게 많은 찬스가 났다. 유 감독이 정규리그에서 종종 "3-2 드롭존은 두렵지 않다"고 말한 이유다.

드롭존, SK의 역설적 강점

문 감독은 유 감독의 발언에 대해 동의했다. 그러나 SK의 강점이기도 했다.

경기는 상대적이다. 모든 팀 사령탑이 전술을 고려할 때 상대팀의 약점과 함께 자기 팀의 강점을 고려해야 한다.

SK의 대인방어 능력은 전체적으로 볼 때 떨어진다. 김민수는 항상 수비에 대해 지적을 받았고, 박상오 역시 발이 느리다. 여기에 헤인즈는 포워드형 외국인 선수다. 시즌 전 SK는 수비와 함께 골밑에 대한 약점이 존재했다. 여기에 올 시즌 수비자 3초룰이 폐지됐다.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했을 때 SK가 내밀 수 있는 최상의 카드는 3-2 드롭존이었다. 그리고 시즌 전 많은 준비를 했다.

문 감독은 이날 "드롭존이 그렇게 강하다고 생각하진 않다. 하지만 우리 선수 구성상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이런 부분들을 고려한 발언이었다.

또 하나의 강점이 존재했다. 나날이 테크닉이 떨어지고 있는 한국프로농구. 걸출한 패스워크를 지닌 포인트가드가 많지 않았다. 상대팀들의 약점이었다. 결국 SK는 정규리그에서 3-2 드롭존을 들고 나왔고, 상대팀은 깨지 못했다. 전문가들이 SK 수비를 깰 수 있는 방법을 수없이 지적했지만, 정규리그에서 상대팀이 깰 수 없었던 이유다.

문제는 이제 무대가 챔프전이라는 점이다. 모비스는 여전히 딜레마가 존재한다. SK는 1가드-4포워드 시스템으로 나선다. 모비스는 4강에서 위력을 떨쳤던 김시래-양동근 카드를 자유자재로 쓸 수 없다. 외곽에서 미스매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비스에서 제대로 된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가드는 김시래밖에 없다. 양동근은 강한 수비와 좋은 공격력을 지닌 현역 최고의 포인트가드지만, 패스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만약, 모비스가 미스매치를 없애려면, 김시래를 빼야 한다. 유 감독은 "SK의 드롭존은 챔프전에서 안에서부터 깨야 한다"고 했다. 골밑으로 패스를 투입한 뒤, 함지훈과 두 외국인 선수가 외곽으로 패스해 3-2 드롭존의 약점을 없앤다는 복안. 하지만 모비스는 박종천 외에는 전문슈터가 없다. 내-외곽이 모두 협응해야 드롭존을 깰 수 있는데, 모비스의 성공 가능성은 100%가 아니다.

헤인즈가 투입될 경우, SK가 1대1 대인마크를 수비에서 사용했을 때 모비스 두 외국인 선수를 1대1로 막을 카드가 SK는 없다. 때문에 드롭존은 SK 입장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다.

치열한 접전이 될 가능성이 높은 챔프전. 드롭존은 승부를 가를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잠실학생체=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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