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유럽프로골프 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은 스타 탄생의 등용문이다. 해마다 세계 톱랭커들의 경쟁 속에서 '무명'의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해 유럽투어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2008년 대회 우승자인 그레임 맥도웰(북아일랜드)는 이 대회 우승으로 오랜 무명 생활을 청산한 뒤 2010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 우승자인 마커스 프레이저(호주)와 2012년 우승컵을 거머쥔 베른트 비스베르거(오스트리아)도 발렌타인 챔피언십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스타 등용문인 발렌타인 챔피언십은 한국선수들에게는 높은 벽이자 무덤일 뿐이었다. 사상 첫 한국인 우승 기회를 또 다음 대회로 미뤘다. 28일 끝난 제6회 발렌타인 챔피언십의 우승컵은 호주 출신의 브렛 럼퍼드에게 돌아갔다.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장(파72·7281야드)에서 끝난 대회에서 한국인 최고 성적은 공동 6위였다. 김형성(33)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는 뒷심을 발휘했지만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에 그쳤다. 톱10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기대를 모았던 양용은은 이븐파 288타로 공동 49위에 머물렀고 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배상문(27)은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안방의 이점은 없었다.
그렇다면 한국 선수들은 안방에서 열린 경기에서 왜 우승컵을 차지하지 못할까. 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들의 입을 통해 한국 선수들이 부진한 이유를 살펴봤다.
기본적으로 유럽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과의 실력 차이가 있었다. "유럽 선수들은 하나의 클럽을 가지고도 탄도 조절을 잘 한다. 직접 지켜보면서 많이 놀랐다. 쇼트게임 능력도 탁월하다. 한국 선수들이 샷 컨트롤 능력을 배워야 한다." 4라운드 동안 유럽 투어 선수들과 플레이를 하면서 김형성이 느낀 점이다. 양용은은 한마디로 정의했다. "그들은 모든 샷을 잘 한다." 배상문은 "그들은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모두 보낸다"고 했다.
2011년부터 대회가 열리고 있는 블랙스톤 골프장은 프로 선수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그린이 어렵다. 18홀 그린이 모두 종잇장 구겨 놓은 듯 굴곡이 심하다. 온그린에 성공해도 3퍼트, 4퍼트가 쉽게 나온다. 이런 가운데 유럽프로골프 투어측에서 '유럽 스타일'로 코스를 세팅하다보니 이 코스에서 자주 공을 치는 한국 선수들도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쇼트 게임의 달인'으로 불리는 김대섭(32)도 새로운 코스 세팅에 적응하지 못하고 컷탈락했다.
경기 감각과 경험의 차이도 성적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는 발렌타인 챔피언십이 시즌 개막전이다. 반면 유럽투어 선수들은 많은 대회를 치르고 한국에 왔다. 김형성은 "유럽은 시즌이 일찍 시작한다. 많은 대회를 치르고 한국에 와서 경기 감각이 좋다. 한국 선수들에게는 이 대회가 개막전이다"라고 했다. 대회 때마다 부는 강한 바람과 빗줄기도 유럽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전 대회처럼 제6회 발렌타인 챔피언십도 악천후로 경기가 자주 중단됐다. 한국선수들이 악천후 속에서 대거 스코어를 잃는 동안 유럽 투어 선수들은 스코어 유지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를 공동 11위(6언더파 282타)로 마친 김경태(27)는 "이 대회는 바람이 많이 분다. 유럽 선수들은 유럽 각지를 돌며 다양한 환경에서 공을 친 경험이 있다.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면서 "조그만 실수를 해도 쇼트 게임으로 만회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호주의 브렛 럼퍼드가 연장 접전 끝에 피터 화이트퍼드(스코틀랜드), 마커스 프레이저(호주)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세계랭킹 253위인 럼퍼드는 유럽투어 통산 4승째를 올리며 우승 상금 36만7500유로(약 5억3000만원)를 차지했다. 럼퍼드는 "연장전을 앞두고 영국에 있는 코치와 전화통화를 하며 '1분 레슨'을 받았다. 코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나는 6년만에 다시 우승을 차지한 행운아"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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