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가왕'과 '국제 가수'는 방송 출연 한 번 하지 않고도 지상파 3사 음악 프로그램을 석권했다. 조용필의 '바운스'는 KBS2 '뮤직뱅크'에서 디지털 점수 6972점, 시청자 선호도 점수 3138점, 음반 점수 5223점, 방송 점수 976점을 받아 총점 1만 6309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MBC '쇼! 음악중심'에서는 음원과 음반 6000점, 동영상 점수 1점, 시청자 위원회 점수 638점, 생방송 문자 투표 1059점으로 총점 7698점을 기록, 1위에 올랐다. 싸이 '젠틀맨'은 음원 5310점, SNS 3500점, 생방송 투표 538점으로 SBS '인기가요' 1위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반면 아이돌 진영에서는 샤이니, 티아라 유닛 티아라 엔포, 포미닛, 시크릿, 인피니트, 유키스 유닛 유비트 등 쟁쟁한 팀들이 총출동 했음에도 무관의 한 주를 보냈다.
아이돌이 휩쓸던 가요 프로그램에서는 분명 이변이 벌어진 셈이다. 그런데도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조용필은 SNS의 피해자'라며 항의했고, 또다시 가요 프로그램 순위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어떻게 된 일일까?
Advertisement
발화점이 된 '인기가요'의 상황을 되짚어보면, 조용필은 '바운스'와 '헬로' 두 곡을 1위 후보에 올렸다. 음원 점수에서 '바운스'는 6000점, '헬로'는 5471점을 기록했다. 생방송 집계 점수에서도 '바운스'는 1000점을 받아냈다. 음원 성적과 팬 투표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났지만, SNS 점수가 당락을 결정지었다. '바운스'는 0점, '헬로'는 21점에 그치면서 승패가 갈린 것.
그러나 이는 조용필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 가요 프로그램 순위 산정 시스템을 살펴보면 앞으로도 이런 논란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Advertisement
먼저 KBS2 '뮤직뱅크'는 자사 K-차트를 기준으로 삼는다. K-차트는 디지털 음원(65%), 음반 판매(5%), 방송 횟수(20%), 시청자 선호도 조사(10%)를 합산해 순위를 산정한다. 음원은 멜론 벅스 소리바다 등 5대 음원 사이트 순위 결과를 환산해 점수를 책정한다. 음반 판매량은 한터 차트를 기준치로 삼고 있다. 시청자 선호도 조사는 사이트에 가입된 시청자 평가단 중 무작위로 선정해 설문을 진행한다. 문제는 방송 횟수다. 방송 횟수는 기본적으로 에어차트를 기준으로 하지만, KBS 라디오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지는 콘텐츠만 산정 대상이 된다. 다른 방송사에 출연하는 일은 무효 처리가 되는 셈이므로, 심의에 통과하지 못하거나 하면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MBC '쇼! 음악중심'은 음원과 음반(60%), 동영상(10%), 시청자위원회 2000명을 대상으로 한 투표 결과(10%)를 집계해 사전 점수를 책정하고, 여기에 생방송 문자 투표 점수(20%)를 합산해 순위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기준이 매우 모호하다. 어떤 기준에 따라 음원 및 음반 판매 점수를 책정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동영상 점수 역시 조용필 '바운스'처럼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지 않는 경우에는 불리하다. 시청자위원회 점수를 도입했다고는 하나, 생방송 문자 투표 점수는 거대 팬덤이 만들어진 아이돌 그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Advertisement
무엇보다 큰 문제는 방송 출연 기준이다.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면 음원 및 음반 홍보에 치명적이다. 그런데 순위에 따라 방송 출연을 결정하면서도 예외 조항을 만들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한 관계자는 "'쇼! 음악중심' 측에서 순위 형식을 도입하기 전, 매니저들에게 '30위권 안에 진입하지 못하는 팀은 방송에 출연시키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PD 재량으로 1~2팀의 예외는 둔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이런 구조라면 SM, JYP, YG 등 거대 3사나 톱가수들을 보유한 기획사들에게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30위권 안에 진입하지 못한 가수가 있더라도, 자사 보유 인기 가수를 빌미로 출연을 확정할 수 때문. 이는 소형 기획사의 기회를 박탈할 수 있는 문제다. 실제로 인기 그룹의 소속사에서 만든 한 아이돌 그룹은 '쇼! 음악중심' 측이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지난 방송에 얼굴을 비추기도 해 관계자들의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
SBS '인기가요'는 음원(50%), SNS(30%), SBS 모바일 앱(20%) 점수를 합산해 사전 데이터를 집계하고, 사전 데이터 집계 결과와 생방송 문자 투표 결과를 8대 2의 비중으로 다시 책정해 순위를 정한다.
음원은 가온차트를 기준으로 하나, 집계를 원하는 음원과 원하지 않는 음원을 따로 신청해야만 한다. SNS는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등을 통합해 점수를 매기는데 계정 별, 데이터 별로 가중치를 다르게 측정했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채널은 유튜브(40%)다. 기획사 혹은 유통사의 공식 유튜브 계정을 등록해야만 점수에 포함된다. 등록된 콘텐츠는 조회수 70%, '좋아요' 수 10%, 댓글 20%의 비중으로 다른 점수를 받는다. 뮤직비디오가 없는 가수에게 불리한 구조일 뿐더러, 기획사 입장에서는 자사 공식 채널을 등록할 것인지 아니면 유통사의 것을 이용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이어 트위터(25%), 미투데이(20%), 페이스북(15%) 순으로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트위터는 멘션(30%) 리트윗(30%) 검색(40%)을, 미투데이는 좋아요(20%) 댓글(30%) 검색(50%)을, 페이스북은 좋아요(20%), 댓글(35%), 공유(35%), 포스트(10%)를 기준으로 한다. 이와 같은 가중치에 따라 복잡한 계산이 이뤄지는데, 재밌는 사실은 악플까지도 카운팅이 된다는 것.
한 관계자는 "모로 가도 도다. 어차피 검색 순위나 댓글이 많을 수록 점수가 높아진다면 노이즈 마케팅이 심해지거나, 아르바이트를 대거 고용해 점수를 조작하는 일도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문자 투표 비중이 '쇼! 음악중심'에 비해 낮다고는 하나 모바일 앱 주된 사용층이 1020세대라는 걸 감안한다면 사실상 다른 방송사에 비해 팬덤 참여도가 높은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