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넥센)에서 대기록을 세운 게 무엇보다 영광스럽다"
처음부터 넥센 손승락이 마무리 투수였던 것은 아니다. 국내 최고의 마무리 오승환이 입단 때부터 마무리를 맡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005년 넥센 전신인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할 때만 해도 손승락은 선발투수였다. 2006년까지 선발로 11승(15패)을 거뒀다.
그러나 2007년 경찰청에 입대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니 상황이 변해 있었다. 우선 팀 이름이 바뀌었고, 투수조의 상황도 크게 흔들렸다. 결국 2010년 김시진 당시 넥센 감독은 손승락을 마무리 투수로 임명했다. 역동적인 투구폼과 뛰어난 구위 그리고 무엇보다 침착한 성격이 마무리에 어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게 시작이었다.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한국 프로야구 역대 14번째로 개인통산 100세이브 고지에 오른 손승락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일가를 이뤘다.
역사의 아이러니는 사소한 개인사에서도 종종 발견되곤 한다. 개인 첫 세이브도 그리고 의미깊은 100세이브째도 모두 롯데를 상대로 거둔 것이다. 특히나 자신을 마무리로 변신시켜준 은사 김시진 감독이 100세이브째를 거둔 상대 구단인 롯데 지휘봉을 잡고 있던 것도 무척이나 재미있는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손승락은 이날 경기에서 꽤 힘든 상황에 나왔다. 2-0으로 앞선 8회 1사 1, 2루. 동점 주자가 나와 있는 상황. 그런데 손승락은 100번째 세이브에 도전한다는 긴장감 때문인지 첫 상대 강민호의 몸을 맞혀버렸다. 1사 만루의 역전 위기다.
그러나 손승락은 침착을 유지했다. 처음 김 감독이 손승락을 마무리로 임명했을 때 가장 고려했던 '침착함'이 빛났다. 1사 만루에서 베테랑 좌타자 장성호를 삼진으로 잡으며 국면을 유리하게 바꿨다.
하지만 운명의 신은 짖궂었다. 여기서 또 복잡한 상황을 만들었다. 손승락이 전준우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것. 2사 후라 충분히 동점이 예상됐다. 3루주자가 쉽게 홈을 밟은 뒤 2루 주자 손아섭마자 홈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이때 넥센 중견수 이택근이 손승락을 도왔다. 앞으로 달려나오는 힘을 이용해 홈으로 힘차게 공을 뿌렸다.
총알이었다. 아니 미사일이었다. 이택근의 송구는 포수 허도환에게 정확하게 이어졌고, 허도환은 여유있게 손아섭을 태그아웃시켰다. 손승락은 가슴을 크게 쓸어내렸다.
이 장면으로 손승락의 '100세이브 달성 신고식'은 충분했다. 결국 손승락은 9회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세이브를 달성했다. 시즌 24세이브째. 이 부문 순위는 1위다. 넥센 구단 역사에도 첫 번째 100세이브 선수가 탄생했다.
손승락은 "제일 중요한 건 넥센에서 100세이브를 달성한 것이다. 한 팀에서 100세이브를 한 것이 뜻깊다"고 기뻐했다. "이어 첫 타자에게 사구를 내줘 나도 깜짝 놀랐다. 오히려 그것이 더 집중하게 만드는 계기였다. 무엇보다 보살을 해준 이택근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대기록을 세운 날은 손승락이 31세 4개월 5일째 되는 날이다. 여전히 힘이 넘치는데다 건강한 나이다. 게다가 성실하고, 동료에 대해 고마워할 줄 안다. 그런 점에서 이날 손승락의 100세이브는 하나의 이정표이자 또 다른 기록의 출발점이 될 듯 하다. 손승락의 100세이브를 축하한다.
목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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