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이 2013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거둔 성과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여자복식이다.
여자복식의 엄혜원(23·한국체대)-장예나(24·김천시청)는 세계선수권 출전 사상 14년 만에 최고 성적을 냈다.
그동안 약세를 면치 못했던 한국 여자복식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사실 엄혜원-장예나는 국내 여자복식 에이스인 김하나(24·삼성전기)-정경은(23·KGC인삼공사)의 그늘에 가려 이 정도 성과를 올릴지 예상받지 못했다.
하지만 엄혜원과 장예나는 이번 대회에서 과거와는 확연하게 향상된 경기력으로 한국 배드민턴의 돌풍을 주도했다. 특히 엄혜원은 신백철(김천시청)과의 혼합복식에서도 동메달을 따냈다.
10여년간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약체로 평가받았던 여자복식이 일취월장하게 된 비결은 뭘까. 대표팀에서 여자복식과 혼합복식 파트를 맡고 있는 이동수 코치(39)에게 그 비결을 들어봤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복식 은메달리스트인 이 코치는 일단 '마이다스의 손'인 것 같다. 이 코치는 지난해 11월 런던올림픽 이후 대표팀을 개편할 때 다시 대표팀에 합류했다. 지난 2009년 11월 대표팀 코치직을 내려놓은 지 3년 만의 컴백이다.
당시 이 코치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여자복식-혼합복식을 맡으면서 2008년 전영오픈에서 20년 만에 여자복식 금메달(이경원-이효정)을 경험했다. 이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지금도 유명한 이용대-이효정의 혼합복식 금메달까지 도왔다.
그랬던 그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역사적인 은메달을 견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코치는 "공교롭게도 운이 좋았던 것 뿐"이라며 "감독님의 지도방침에 맞춰 후배 선수들을 개조시킨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코치가 대표팀에 복귀하면서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정신개조'와 '시도하라'였다. 다시 대표팀 코치로 와서 선수들과 배드민턴계의 분위기를 파악해 보니 일종의 패배의식이 팽배해 있더란다.
'여자복식에서는 스피드와 선천적인 신체조건이 좋은 중국이 강하다. 국제대회에 나가서 잘하면 3위, 못하면 8강에 드는 수준이다'라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너무 강하게 퍼진 나머지 선수들도 감히 중국을 능가할 생각을 못하고 현상유지에 안주하려는 마음이 컸다. 이 때문에 경기에 임해서도 중국을 감히 공격의 대상으로 삼지 못하고 수비에 치중해서 상대의 범실을 유도해 이겨보자는 전략이 주를 이뤘다.
이 코치는 선수들에게 중국 타도를 목표로 삼자고 의식개조를 시도한 뒤 주문한 것이 '시도하자'였다. 수비에만 치우치지 말고 공격 기술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 코치는 "과거의 수비 위주 지도방식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과거의 좋은 점을 그대로 계승해서 공격 위주 훈련으로 업그레이드해야 중국 공포증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 코치는 여자복식의 훈련량 가운데 90% 가량 차지했던 수비훈련을 줄이는 대신 공격훈련으로 보충했다. 특히 네트 앞 전위 플레이를 강조했다고 한다. 배드민턴에서 네트 뒤쪽 후위에서 펼치는 기술은 클리어, 언더핸드 등 2개 뿐이고 스매시, 헤어핀, 서브, 드롭샷 등 나머지 모든 기술은 네트 앞에서 이뤄진다.
이 코치는 선수들의 공격 성향을 키우기 위해 "2개밖에 안되는 기술을 위해 왜 자꾸 뒤로 나가느냐. 다양한 기술을 쓸 수 있는 전위로 붙어야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외쳤단다.
그러면서 이 코치는 훈련 때 해봤던 기술을 자꾸 시도하라고 주입했다. "훈련 때는 새로운 기술을 잘 하다가도 막상 경기에 출전하면 불안한 나머지 평소 쓰던 기술만 쓰게 된다. 그러면 발전없이 선수생활을 하다가 끝난다. 각종 오픈대회에서 훈련 때 익힌 기술이 실패하더라도 자꾸 시도해야 큰 대회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다"는 게 이 코치의 설명이다.
이같은 변화는 이득춘 감독이 선호하는 플레이 스타일이기도 했다. 결국 이번 대회에서 잘 통했다. 한국 조를 상대하던 중국 선수들이 수비 위주의 종전과 달리 공격 성향으로 적극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코치는 "여자복식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아직 은메달이다. 금메달을 딸 때까지 변화는 계속된다"고 다짐했다.
광저우(중국)=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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