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최대어로 꼽혔던 포수 강민호가 롯데와 75억원에 계약하면서 '초대박' 계약의 테이프를 끊더니 왼손투수 장원삼이 60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우선협상 기간이 끝나자 마자 정근우와 이용규가 한화와 70억, 67억원에 계약했다.
이들 4명의 계약에 들어간 돈이 무려 272억원이다. 60명 이상의 선수단을 꾸리는 한 구단의 1년 예산이 300억원 정도인 것을 보면 얼마나 큰 액수인지 알 수 있다.
실제 계약 액수가 발표액보다 더 크다는 설이 많다. 최대어로 평가받은 강민호가 75억원으로 발표하면서 나머지 선수들의 액수도 그에 맞춰서 줄여 발표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낳고 있다. 정근우가 SK가 제시했던 70억원에 한화와 계약한 것도 석연치 않다.
스타급 FA들은 잡으려는 구단이 많고 그만큼 경쟁이 불가피하다. 구단이 전력보강을 해야한다는 명분으로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선수를 영입하려 한다. 구단이 모그룹의 지원금을 받아서 운영을 하기 때문에 구단이 벌어들이는 액수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선수에게 지출할 수 있다.
구단의 선수일 때는 사실상 통보에 가까운 연봉협상을 해온 구단이지만 FA 협상을 하면 반대로 선수에게 끌려가는 약자가 된다. 갑과 을이 바뀌는 순간이다. 선수는 FA가 됐으니 그동안 연봉협상에서 받은 설움들을 털어내려 한다. 당연히 고자세로 나온다. 자신이 받고 싶은 액수를 말한다. 대부분 구단에서 책정했던 액수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구단에서는 그래도 다른 구단으로 뺏기면 안되기에 사력을 다해 잡으려 하고 구단의 제시액도 점점 올라간다.
그렇다고 선수가 요구한 액수를 다 들어주긴 쉽지 않다.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도 생각해야 하고 앞으로도 계속 나올 FA와의 계약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FA시장에 나가서 협상을 해도 된다는 생각에 끝까지 자기가 원하는 액수를 굽히지 않는다.
우선협상 기한이 다가오면서 구단에겐 선택의 순간이 왔다. 선수의 요구액을 들어주느냐 아니면 풀어주느냐. 강민호나 장원삼은 구단이 그들의 요구를 수용한 경우이고 정근우나 이용규, 이종욱 손시헌 등은 구단이 끝내 선수 요구액을 맞춰주지 못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갑과 을이 바뀌고, 경제 논리가 그대로 대입되지 않는 프로 구단의 경영이 만드는 미친 FA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강민호가 원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와 4년 총액 75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