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유의 베테랑 미드필더 폴 스콜스는 2010~2011시즌 이후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의 요청으로 현역선수로 복귀했다. 스콜스는 지난시즌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고 다시 그라운드를 떠났다.
올시즌 여자 배구 무대에도 스콜스와 같은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돌아온 GS칼텍스 세터 정지윤(33)이다.
두 번의 은퇴와 복귀, 우여곡절의 배구인생이다. 정지윤은 2005~2006시즌 GS칼텍스에서 한 시즌을 소화한 뒤 현역 은퇴했다. 그러나 곧바로 코트에 복귀했다. 2006~2007시즌 계속해서 GS칼텍스 주전 세터로 활약했다. 하지만 2007년부터 처음으로 시행된 자유계약선수(FA) 제도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현대건설에서 동갑내기 세터 이숙자가 FA로 영입되면서 정작 FA가 된 정지윤은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또 다시 은퇴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좌절하진 않았다. 기량은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무대를 실업으로 옮겼다. 수원시청과 양산시청에서 나란히 3년씩 활약했다. 정지윤은 양산시청에서 독보적인 세터로 자리매김했다. 전국체전 4연패를 지휘했다.
그런데 이번 시즌을 앞두고 친정 GS칼텍스에서 러브콜이 왔다. GS칼텍스는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지난시즌 주전세터로 이나연이 팀 복귀를 거부하면서 백업 세터 시은미가 모든 부담을 안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숙자는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재활이 길어졌다.
이선구 GS칼텍스 감독은 극약처방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세터 시장이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우수한 선수도 드물었다. 정지윤은 매력적인 카드였다. 이 감독은 미리 점찍어놓았던 정지윤에게 구애의 손길을 뻗었다. 이 감독은 10월 양산 전지훈련에서 정지윤의 기량을 확인했다. 또 전국체전에도 전력분석관을 파견해 지켜봤다. 강호경 양산시청 감독은 제자의 프로행을 흔쾌히 허락했다. 결국 정지윤은 시즌의 문이 열린 뒤 두 번째 경기부터 GS칼텍스 유니폼을 입고 또 다시 프로 선수가 됐다.
강점은 감정 기복이 적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간 쌓은 풍부한 경험을 통한 경기 운영이 안정적이다. 정지윤은 28일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벌어진 IBK기업은행과의 2013~2014시즌 NH농협 V-리그 경기에서도 안정된 토스워크를 뽐냈다.
문제는 프로무대의 빠른 스피드 적응, 선수들과의 호흡이었다. 기우였다. 실업에 있으면서도 프로 팀 경기는 빼놓지 않고 시청했다. 또 수더분한 성격으로 선수들과의 찰떡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세대교체로 자신과 같이 뛴 선수는 없지만 빠르게 적응해나가고 있다.
2년 전 품절녀가 된 정지윤은 '의리녀'다. 이번 시즌이 끝난 뒤 양산시청 복귀 약속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화려한 '제2의 배구인생'의 발판이 된 양산시청의 전국체전 5연패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다.
평택=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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