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 이상범 감독은 그동안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있었다. 그냥 자신이 뭇매를 맞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경기 흐름상 선수를 계속 끌고 가야 하는데 갑자기 작전타임을 불러 선수를 교체하는 일이 많았다. 주축선수를 벤치에 앉힌 뒤엔 속절없이 무너지는 일이 많았다. 경기 후엔 그저 "교체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한 내 실수"라고만 했다.
그렇게 속앓이를 하던 이 감독은 애틋하게 김태술을 바라봤다. 부친상을 겪고도 5일 오리온스전에서 "5분이라도 뛰겠다"고 말하는 제자가 안쓰러웠다. 결국 이 감독은 그동안 자신보다 더 힘들었을 김태술에게 일주일간 휴식을 줬다. 당장의 성적보다는 제자의 미래가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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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은 지난 시즌부터 장염을 달고 살았다. 일반인도 장염을 한 번 앓으면 체중이 줄고 기력이 떨어지는데, 운동선수라면 오죽할까. 하지만 김태술은 이를 악물고 뛰었다. 장염으로 고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건 더욱 싫었다. 감독이 휴식을 주려 해도 거절하고 뛴 게 한 두번이 아니다.
김태술이 아픔을 숨긴 건 투병중인 부친 때문이었다. 김태술은 지난 2011~2012시즌 데뷔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일궈낸 뒤, 부친이 췌장암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선수 인생의 전성기가 돼 비로소 그동안 뒷바라지해준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 순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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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결국 습관성 장염 증세가 왔다. 그래도 병상에서 아들의 경기를 매일 챙겨보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아파도 참고 코트에 서려 했다. 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어디 아픈 건 아닌가'라고 걱정을 끼칠까 두려웠다.
2013-2014 프로농구 안양인삼공사와 고양오리온스의 경기가 5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부친상 발인을 마친 김태술이 벤치에 앉아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안양=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2.05/
이 감독은 이런 김태술을 애틋하게 바라만 봤다. 올시즌에도 대표팀을 다녀온 뒤 발목 부상으로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지난해엔 김태술의 부담을 덜어줄 또다른 가드 이정현이 있었는데 올해는 김태술 혼자였다. 김태술이 빠지기면 신예 김윤태 이원대가 경기를 모두 책임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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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을 기용하는 것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앞서가는 흐름에서도 아직 몸상태가 다 안 올라왔다는 생각에 경기에서 빼줬다. KGC에 김태술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김태술이 빠진 뒤, 급격한 경기력 저하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내준 적도 많았다. 하지만 이 감독은 그때마다 다른 말 하지 않고, '내 탓이오'를 외쳤다.
그는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김태술은 트레이드로 영입한 뒤, 공익근무 시절 때 매일같이 지켜본 애제자다. KGC 리빌딩의 핵심이기도 했다. 코트에서 스텝만 봐도 김태술의 그날 컨디션을 알 수 있다.
이 감독은 김태술에 대해 "공익근무를 할 때 매일 홈경기가 끝나면, 혼자 불 켜놓고 몇 시간을 연습한 게 태술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1년 반만에 근육이 붙어 지금의 몸이 됐다. 그때 하체 밸런스도 잡히고 슛도 늘었다. 공익근무중에 그렇게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독하다"고 했다.
하지만 독한 제자를 바라보는 스승은 그만큼 독하지 못했다. 5일 상대였던 오리온스 상대로 4전 전패, 게다가 6강 플레이오프의 실낱 같은 희망을 잡으려면 6위 오리온스는 반드시 잡아야 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부친상을 치르고 돌아온 김태술에게 일주일간 휴식을 지시했다. 몸도 마음도 지칠대로 지쳤는데 다시 코트에 서는 건 무리라고 봤다.
김태술은 이날 벤치에서 목 놓아라 선수들을 응원했다. 힘들어하는 자신을 위해 투지를 갖고 뛰어준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이 감독은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태술이가 원체 독해서 잘 이겨낼 것"이라며 애틋하게 제자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