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눈이 내리지 않아 경기 자체가 불가능한 자메이카의 대표팀이 각고의 노력 끝에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전 세계 스포츠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특히 마지막 경주에서 썰매가 고장 나 썰매를 타는 대신 어깨에 메고 결승점을 통과했던 장면은 동계올림픽사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의 이야기는 영화 '쿨러닝'으로도 만들어지며, '도전'의 상징처럼 인식됐다. 이후 자메이카 봅슬레이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까지 꾸준히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과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연달아 출전권을 따내지 못하며 침체에 빠져 있던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은 올 시즌 모처럼 힘을 냈다. 10년 가까이 은퇴 상태로 지내던 윈스턴 와트가 다시 선수로 복귀하며 2인승에서 기적처럼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와트는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대표 선수로 뛴 자메이카 봅슬레이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러나 재정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소치까지 이동하고 장비를 구입하기 위한 8만달러(약 8500만원)가 부족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자메이카 올림픽위원회와 소치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함께 이들이 올림픽 참가에 필요한 비용을 전액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와트는 "저 멀리 중동의 이름 모를 이들까지 팬을 자처하는 등 전 세계가 자메이카 봅슬레이를 응원하는 것 같다. 행복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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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소치행이 결정됐지만, 이들의 좌충우돌 드라마는 계속됐다. 소치행부터 쉽지 않았다. 자메이카를 출발, 환승을 위해 미국 뉴욕의 JFK공항으로 가야 했지만 기상이 좋지 않아 필라델피아로 기수를 돌리는 사이 예약한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놓쳤다. 힘겹게 모스크바를 거쳐 소치에 도착했지만 이번엔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경기 장비를 실은 화물이 나오지 않았다. 와트는 "당장은 아무것도 없는 처지"라며 "썰매, 헬멧, 스파이크, 유니폼 등 모든 것이 JFK공항과 소치 사이 어딘가에 있다"고 털어놨다. 가진 것이라곤 몸에 걸친 옷과 직접 휴대한 가방에 든 물품이 전부인 상황. 그럼에도 자메이카팀은 무슨 수를 써서든 경기에 나서겠다는 열의를 불태웠다. 와트는 도착 후 경기가 치러질 산악 클러스터의 산키 슬라이딩 센터 코스를 점검하면서 "다른 팀의 장비를 빌려서라도 예정대로 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승패의 핵심 역할을 하는 봅슬레이를 선뜻 빌려줄 경쟁자가 있을지 불투명하다.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자 도박사들까지 나섰다. 미국 최대 베팅업체 보바다는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의 금메달 예상은 물론 상위 25위 이내 입상할 때, 상위 10위 이내 입상할 때 등 순위에 따라 세분화한 베팅 가이드를 내놨다. 상위 25위 이내에 입상할 수 있다고 보는 쪽의 배당률은 1.83, 그렇지 않다고 보는 쪽의 배당률은 1.91로 상위 입상 가능성이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이 사고를 겪을 가능성에 대한 베팅 항목도 만들었다.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의 봅슬레이가 전복될 공산이 짙다고 보는 쪽의 배당률은 4, 전복되지 않는다고 보는 쪽의 배당률은 1.2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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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난관을 뚫고 올림픽에 나선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은 과연 빈털터리 신세까지 극복하고 다시금 '쿨러닝'을 펼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