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예전까지 아역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배우들에게 별로 달갑지 않는 선물(?)이었다. 때문에 아역 출신이라는 사실을 바꿀 순 없지만 어떻게든 이 꼬리표를 떼어버리려는 노력이 많았다. 이로 인해 '기사에 '아역 출신'이라는 단어를 붙이지 말아달라'는 웃지못할 부탁(?)을 하는 소속사까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이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17일 7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수상한 그녀'는 아역 배우 출신으로 올해 갓 스무살이 된 배우 심은경의 활약이 돋보인다. 첫 원톱 주연 영화에 출연하면서도 그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원맨쇼'를 펼쳤다. 이제 갓 성인 연기자의 문턱을 넘은 배우가 역대 원톱 여배우 최고 흥행작 '미녀는 괴로워'(661만9498명)의 기록을 훌쩍 넘어 최연소 원톱 흥행퀸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 심은경은 오말순(나문희)의 전라도 사투리는 물론 손짓 발짓까지 재현해내며 실제 나문희가 빙의한 듯한 연기를 보여줬다. 게다가 밴드 보컬이 돼 무대 위에서의 매너 역시 디테일이 살아 있었다.
나문희는 이런 심은경에 대해 "심은경이 정말 노력을 많이 했는데 엔딩크레딧에 내 이름이 먼저 나와 미안한 마음이다"라고 할 정도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인환 역시 "심은경이 참 어른 스럽더라. 연기감각이 참 좋은 것 같다. 나와 하는 연기는 대부분 '핑퐁'처럼 주고받는 것이었는데 호흡이 잘 맞더라. 오래간만에 즐기면서 했다"고 칭찬했다.
또 다른 아역 출신 배우 전혜진의 연기도 눈에 띈다.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관능의 법칙'에서 전혜진은 해영(조민수)의 딸 수정 역을 맡아 임팩트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해영과 나누는 다소 과감한 '19금' 대화에서도 전혜진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쳐내 보는 이들을 웃음짓게 만들었다. 특히 해영의 연애전선에 훼방을 놓거나 훈수를 두는 모습은 정말 평범하면서도 어색하지 않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전혜진은 지난 1998년 SBS 드라마 '은실이'에서 타이틀롤 은실이 역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배우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한 '은실이'는 당시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인기 드라마 자리에 올랐다. 당시 '빨간양말'이라는 별명을 얻은 성동일의 출세작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 전혜진은 어린 나이임에도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였다는 평을 받았고 현재도 좋은 연기자로 평가받고 있다.
'괴물'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펼쳤던 고아성 역시 성인 배우가 돼 '설국열차'에 이어 내달 3일 개봉하는 영화 '우아한 거짓말'을 통해 멋진 연기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아역 출신 배우들의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은 역시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아역 때부터 연기를 해온 배우들은 아무래도 성인이 돼서도 좋은 연기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배우로서 나무랄데가 없는데 아역 이미지가 남아있다고 무조건 캐스팅에서 제외하는 것은 예전 방식이다"라며 "최근에는 아역 이미지와 연기를 겹쳐서 보는 관객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아역 출신 배우들을 선호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아역들의 연기력이 예전보다 월등히 좋아져 기대감이 높다. 이미 떡잎부터 될성부른 나무들이 많다. 최근 영화 '만신'에서 무녀 김금화의 어린시절을 연기한 김새론과 '우아한 거짓말'에 함께 출연하는 김향기 김유정, 그리고 '별에서온 그대' 천송이 아역을 맡은 김현수, '수상한 가정부'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에 출연한 김소현 등은 대표적인 아역 배우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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