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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의 용퇴였다. 책임을 진다는 건 사퇴를 의미했다. 사실 이 감독은 시즌 내내 구단 고위층으로부터 성적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다. KGC는 이날 밤 곧바로 이 감독의 사퇴를 받아들였다. 이 감독의 결정을 반려하거나 만류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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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의연하게 떠났다. 사퇴가 결정된 밤 사이, 선수단은 이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새벽에 나온 언론 보도를 접한 몇몇 선수들을 통해 선수단도 이 사건을 알게 됐다. 잠을 설친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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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선수들과 유대가 끈끈한 사령탑이다. KGC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1992년부터 SBS에서 뛴 이 감독은 프로 출범 이후에도 팀을 옮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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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시즌 KGC의 '빅3'인 김태술 양희종 오세근을 적극적으로 배려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시즌 내내 힘들어 한 김태술을 감싸고 배려하고, 부상을 겪었거나 부상이 있는 선수들의 출전시간을 조절해줬다. 승부처에서 이들을 빼 팀이 패배하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그 화살은 모두 이 감독이 맞았다.
이 감독은 지난해 여름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아 팀을 비웠다.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 코치를 맡아 유재학 감독을 보좌해 16년만의 농구월드컵 진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컸다.
이 감독은 지난해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하지 못했고, KGC는 한 시즌 농사를 좌우한다는 외국인선수 선발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외국인선수 두 명과 모두 재계약한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는 처지가 달랐다.
이 감독은 우승팀 감독 자격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대표팀 감독을 맡은 바 있다. 두 시즌 연속 비시즌에 자리를 비우자, 구단 고위층과 불편한 관계가 형성됐다. 외국인선수 선발 실패와 주축들의 계속 되는 부상 악재가 겹치면서 성적을 내지 못하자 갈등은 심화됐다.
KGC는 이 감독의 내년 시즌 연봉 3억5000만원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돈은 돈대로 쓰고 헛물만 킨 꼴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김태술과 양희종이 FA 자격을 얻게 된다. 다른 구단에 비해 큰 돈을 쓰지 않는 KGC가 둘을 잡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나마 이상범 감독이 있다면, 그동안 함께 해온 정에 호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그들을 감싸준 사령탑마저 없다. 힘들게 한 리빌딩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는 일이다. 이 감독은 평소 "어떻게 만든 팀인데 우리 아이들을 다른 팀에 내줄 수 없다"며 FA들을 반드시 붙잡겠다는 의사를 표현해왔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