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3일 입대해 한 달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마치고 팀 훈련에 합류한지 2주 밖에 되지 않았다. 보통 기초 군사훈련을 마치고 정상 컨디션으로 회복하는데 1~2개월은 걸린다. 예상을 깨고 그는 9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상주-인천전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운이 따랐다. 이날 상주는 공격의 핵인 이근호와 이상협이 모두 부상을 해 공격 자원이 부족했다. 이근호는 홍명보호에 합류해 그리스와의 평가전을 치르다 무릎 연골을 다쳤다. 이상협은 오른 손가락이 골절돼 수술대에 올랐다. '쌍포'가 빠진 상주는 하태균을 최전방 공격수로 투입했지만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백업 자원이 필요했다. 궁여지책으로 박항서 상주 감독은 이제 팀에 합류한지 2주 밖에 안된 그를 개막전 벤치 멤버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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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협(23)이었다. 생소한 이름이다. 경기전 만난 박 감독의 입을 통해 이 선수가 누구인지 밝혀졌다. 박 감독은 "이정기로 입대했는데 이번에 이름을 이정협으로 바꿨다. 16명 신병 중 몸상태가 가장 빨리 올라왔다. 경기 출전도 고려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부산에 입단해 신인 공격수로 활약했던 이정기였다.
기대가 환희로 바뀌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정협은 0-0으로 맞선 후반 16분 교체 투입됐다. 그리고 0-1로 뒤진 후반 32분 양준아의 코너킥을 감각적인 헤딩 슈팅으로 연결, 굳게 닫혔던 인천의 골문을 열었다. 상주는 이정협의 동점골에 힙입어 2대2로 경기를 마쳤다. 두 시즌만에 치른 클래식 복귀전에서 귀중한 승점 1점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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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협은 자신의 개막 축포의 비결을 새로운 이름으로 꼽았다. 그는 "작년까지는 이정기였다. 올해 2월 말부터 법적으로 이정협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지난해 부산에서 이정호 형이 이원영으로 이름을 바꾸고 잘 풀리는 것 같더라. 원영이형에게 개명을 추천 받아서 이름을 바꿨다"며 웃음을 보였다. 부산의 핵심 수비수인 이원영은 개명 이후 지난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32경기에 출전해 중요한 순간마다 헤딩 골도 기록했다. 올시즌에는 부산의 '캡틴'으로 활약 중이다.
입대로 '터닝 포인트'를 꿈꾸는 이정기의 개명은 이렇게 우연히 이뤄졌다. 이정협으로 나선 첫 경기에서 득점까지 성공했으니 개명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각오도 남달랐다. 그는 "개막 엔트리에 들었는데 출전은 생각도 못했다. 작년에는 프로 1년차라서 경기장에서 위축됐는데 군대에 왔고, 이름도 바꿨으니 많이 배워서 팀에 헌신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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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협의 활약에 박 감독도 미소를 보였다. 그는 "이근호 이상협의 수원전 출전 가능성은 반반이다. 하태균 이상호는 수원 출신이라 출전하지 못한다. 뛸 선수가 없는데 이정협이 좋은 모습을 보여줘 다행이다"라고 했다. 상주의 '비밀 병기' 이정협이 새 이름을 달고 화려한 비상을 시작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