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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프로야구에 이런 말이 있었다. 9번째 신생 구단 NC다이노스. 2013년은 막내 구단의 1군 진입 첫해였다. 기존 8개구단 형님들. 바짝 긴장했다. 아무리 못해도 NC보다는 잘해야 한다는 공통의 강박관념이 있었다.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모 기업으로부터 쏟아질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상황. 외국인 선수를 1명 더 쓰게 해주고 우수 신인을 우선 배정하는 등 '배려'가 있었지만 NC는 여전히 틀을 덜 갖춰진 덜 여문 곡식 같은 불완전 전력의 팀이었다. 실제 NC는 초반 엄청 고전했다. 개막 후 7연패에 빠졌다가 8경기만에 창단 첫승을 신고했다. 두산 시절 산전수전 다 겪었던 김경문 감독이 경기 후 벌개진 얼굴로 비로서 웃음을 머금으며 "아 정말 힘드네"라고 말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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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상황이 최근 방송 드라마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기존의 지상파 방송국들이 떨고 있다. 후발주자 종편과 케이블 채널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자칫 시청률 경쟁에서 뒤지기라도 하면 큰 망신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속앓이. 과연 어떤 상황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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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멜로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은 JTBC 새 월화드라마 '밀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 17일 밤 뚜껑을 열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았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감각적 영상미와 보는 맛을 해치지 않을 만큼만 절제미가 느껴지는 클래식 음악. 큰 일 한번 터질 듯 긴장감이 잘 세팅된 분위기 속에서 40대 유부녀 혜원(김희애)과 20대 천재 피아니스트 선재(유아인)이 짧지만 강렬한 만남을 가졌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확 불러일으킨 조우. 불륜 드라마지만 내용이나 형식에 있어 통속적으로 규정해버릴 수 없는 묘한 고급짐이 드라마 곳곳에 녹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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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10%'를 넘긴 두 전작에 비교하면 '밀회'의 시청률은 수치적으로 도드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간대 지상파 3개 드라마와 동 시간대 '정면 승부'를 통해 얻어낸 수치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청률이 바닥을 기던 초창기 종편과 케이블은 지상파 드라마 시간대를 최대한 피해 편성을 잡았다. 구조적으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인식이 있었다. '무자식 상팔자'는 주말 저녁 8시45분, '응답하라 1994'는 금,토 저녁 8시40분에 방송됐다. 적어도 지상파 3사 모두 드라마를 편성하는 시간대는 아니었다.
'밀회'는 지상파 3사 드라마 전쟁터인 월,화 오후 10시대 미니시리즈 시간에 경주를 시작했다. 종편, 케이블 드라마의 정면 승부. 결과에 따라 향후 미니시리즈 경쟁 구도 자체가 재편될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