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23일 대구 삼성전에 파격적인 라인업을 냈다. 지난 18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4경기 연속으로 '1번 박민우-2번 김종호-3번 이종욱'으로 상위타선을 구성했다.
일단 톱타자라는 인식이 강한 이종욱이 3번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파격이다. 이종욱은 두산 시절 내내 톱타자로 활약했다. 대표팀에서도 항상 1,2번으로 뛰었다. 그런 그가 3번 타순에 들어갔다. 본인은 물론, 팬들에게도 낯선 장면이다.
김 감독은 이전까지 외국인 타자 테임즈를 3번으로 기용했다. 이럴 경우 발빠른 박민우 김종호 이종욱 중 한명은 9번 타순으로 밀리게 된다. 9번에 발빠른 타자를 배치해 9번이 마치 1번처럼 활약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지만, 3명의 발빠른 선수를 1∼3번에 배치해 효과를 극대화시키겠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이호준 나성범 테임즈 등 파워있는 타자들 앞에 테이블세터들이 많이 출루한다면 분명 득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 이종욱이 3번 타자로서 해결사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김 감독은 "잠실에서는 쉽게 잡히는 공이 마산에서는 홈런이 될 수 있다"며 이종욱의 홈런수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종욱의 3번 기용은 그렇다고 해도 또다른 궁금증이 생긴다. 박민우 김종호 이종욱 모두가 왼손타자다. 게다가 4번 이호준 뒤엔 5번 테임즈, 6번 나성범이 나서는데, 1∼6번 중 이호준을 제외한 5명이 왼손타자다. 왼손타자가 왼손투수에 약하다는 속설을 감안하면 모험에 가까운 라인업이다. 그래서 보통 감독들은 왼손타자를 연달아 배치하는 것을 꺼린다. 왼손 사이에 오른손 타자를 배치해 지그재그타선을 만든다.
그러나 NC는 오른손 타자가 마땅치 않다. 발빠른 오른손 타자가 없다. 테임즈가 3번에 가더라도 박민우 김종호 이종욱 중 2명이 1,2번에 배치되기 때문에 결국 1∼3번은 왼손이다.
중장거리 타자인 모창민을 테임즈와 나성범 사이에 넣는다면 나성범의 타순이 너무 내려간다는 단점이 생긴다. 팀을 이끌어가야할 중심타자가 너무 낮은 타순에 배치되는 건 좋지 않다.
김 독이 플래툰시스템을 쓰지 않는 사령탑이기에 가능한 라인업이다. 김 감독은 주전들은 상대 투수가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가리지 않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땐 상대 왼손 투수에 왼손타자인 김현수를 대타로 내기도 했다.
극단적인 왼손 라인업. 상대 왼손투수에게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생명력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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