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국축구'는 포항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자의반 타의반 시작됐다. 외국인 선수 영입이 물건너 간 포항의 고육지책이었다. 우려는 대히트로 귀결됐다. 순수 국내파의 패스 조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돌풍이 됐다. 포항은 쇄국축구를 앞세워 2013년 K-리그 클래식-FA컵 정상에 올랐다. 한국 프로축구 사상 처음으로 한 해에 두 대회를 동시 제패하는 새 역사를 창조했다.
형님의 성공은 아우에게 반면교사가 됐다. 6일 광양축구전용구장서 포항을 상대로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6라운드에 나선 전남의 하석주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 외국인 선수를 모두 제외하는 강수를 뒀다. 주포 스테보를 벤치에 앉힌 채 박기동을 원톱으로 세웠다. 나머지 자리에도 외국인 선수들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시즌 중 부상이나 징계 변수로 인한 스쿼드 변화는 종종 있는 일이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팀 전력의 주축을 이룬 선수를 빼기란 용단이 없고선 꺼내들기 힘든 카드다. 하 감독은 변화를 이야기 하며 미소를 지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후반 승부수에 대비하겠다"고 눈을 빛냈다.
순수 국내파 간의 맞대결이 수놓은 전반전은 전남의 승리였다. 지난해보다 업그레이드 된 조직력과 패스는 포항의 패스축구를 침묵시켰다. 남도의 봄바람까지 포항을 시샘했다. 전반 43분 현영민의 코너킥이 그대로 포항 골대 안으로 휘어 들어갔다. 후반 7분 포항 김재성에게 동점골을 내주자, 하 감독은 비로소 아껴뒀던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스테보는 1-2로 뒤지고 있던 후반 34분 포항 수비 두 명을 달고 있던 상황에서 욕심부리지 않고 문전 쇄도하는 이종호에게 패스를 연결, 동점골을 연출해냈다.
하 감독은 "좋은 팀을 상대할 때는 국내 선수들의 단결력을 믿어 볼 만하다. 또한 기존 선수들을 벤치에 넣어 후반전에 승부수를 띄울 수도 있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하 감독은 "김영우가 수술을 하고 송창호도 오늘에서야 복귀했다. 아직은 감각이 떨어져 있다"며 "기존에 있던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 아쉬운 장면도 있었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스쿼드 변화는 항상 구상하고 있는 부분이다. 앞으로도 잘 준비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광양=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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