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LG 트윈스의 팬들은 리즈라는 선수의 이름을 머릿 속에서 저 멀리 날려보낼 수 있을까. 아니면 뼈에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리즈라는 이름이 남겨두게 될까. 이는 전적으로 새 외국인 투수 티포드의 활약 여부에 달렸다. 기대롤 모았던 티포드가 첫 선발 등판을 마쳤다. 티포드는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한국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명품 커브의 위력
티포드의 NC전 성적은 5이닝 4피안타 6탈삼진 2실점(1자책점). 타선의 침묵으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낯선 곳에서 처음 선발로 나선 투수의 성적으로는 괜찮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첫 등판이기 때문에 무리시킬 이유가 없었다. 77개의 공을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LG와 계약 전,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 불펜으로 시즌을 준비했기에 투구수는 시합을 치르며 늘리는 방향으로 일찌감치 결정돼있었다.
티포드는 직구 외에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지는 투수로 알려졌었다. 당초 주무기는체인지업인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체인지업은 이날 8개를 던졌는데, 결정구로 사용되지 않았고 크게 눈에 띄지도 않았다.
중요한건 커브의 위력과 구사 비율이다. 티포드는 커브를 25개나 던졌다. 직구 구사 개수와 똑같았다. 또 커브의 각이 대단했다. 큰 각도로 떨어지는 커브를 113km부터 128km까지 속도 조절을 가미해 구사했다. 최고구속 148km의 직구가 있으니, 느린 커브가 더욱 위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5회초 NC 김종호가 스탠딩 삼진을 당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김종호는 몸쪽으로 공이 날아오자 자기도 모르게 움찔하며 몸을 돌렸는데, 그 사이 공은 갑자기 휘어 들어오며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고 있었다.
컷패스트볼도 19개를 던졌다. LG가 제공한 투구 분석 자료에는 슬라이더 없이 컷패스트볼만 던진 것으로 표기가 됐는데, 슬라이더가 휘는 각이 작은 대신 스피드가 빨라 컷패스트볼과 같이 느껴질 수 있었다.
티포드의 매력은 리즈와 다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티포드가 지난 3년간 LG 마운드를 지키다 떠난 리즈의 공백을 메울 투수이냐는 점이다. 결론부터 내자면 그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물론,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워야 하는게 맞다. 하지만 전체적인 투구 매커니즘이나 제구력, 구위 등을 놓고 봤을 때 쉽게 무너질 투수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티포드의 가장 큰 매력은 안정감이다. 보통, 한국에 데뷔하는 외국인 투수의 첫 등판을 보면 낯선 환경 속 제구가 들쭉날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티포드는 1회부터 매우 안정된 제구력을 선보였다. 145km 이상의 빠른 볼을 가진 좌완 투수가 제구까지 갖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충분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빠른 투구 템포와 깔끔한 투구폼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마운드에서 주저하는 모습 없이 자신의 구위를 믿고 상대타자들과 적극적으로 싸웠다. 호리호리한 체격에서 빠른 공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무리없는 자연스러운 투구 동작이 구위를 더욱 살려주고 있었다. 제구력을 갖췄고, 결정구가 있기에 적어도 연타를 허용할 확률은 높지 않아 보였다. 야수들이 수비에서만 도움을 준다면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 정도의 성적은 꾸준히 내줄 수 있는 투수로 보인다.
확실히 리즈와는 스타일이 다르다. 불같은 강속구로 상대를 압도해버리는 리즈였다. 여기에 비한다면 티포드는 상대를 압도하는 구위는 아니다. 하지만 안정감은 훨씬 뛰어나다. 리즈는 소위 말해 '긁히는 날'의 몇 차례 투구들이 너무 강인한 인상을 남겨서 그렇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제구가 흔들리며 쉽게 무너져버리는 스타일이었다. 보는 재미가 있고, 어떤 중요한 경기에 회심의 카드로 쓰기에는 리즈가 더 좋은 면이 있지만 한 시즌을 길게 내다보고 팀을 끌어가야하는 입장이라면 티포드 스타일이 더욱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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