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좋은 공을 갖고 있는데…"
KIA 타이거즈의 고민거리가 하나둘씩 풀려가고 있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매듭은 여전하다. 중간계투진의 부실화. 특히 그 중심에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좌완 박경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문제로 남아있다.
KIA는 지난 15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 5대4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승리도 귀했지만, 특히 KIA는 뛰어난 우완 선발투수 한 명을 발견하는 소득을 얻었다. 비록 이날 선발승이 날아가긴 했지만, 5이닝을 1실점으로 버텨낸 우완투수 한승혁은 이날의 깜짝 스타였다.
최고 153㎞까지 나온 직구에 포크볼, 그리고 커브와 슬라이더를 곁들인 한승혁의 피칭은 초반에는 불안했지만 시간일 갈수록 안정화됐다. 5회까지 93개의 공을 던진 한승혁은 6회 선두타자 김태균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교체됐다. 본인은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첫 선발인데다 로테이션상 20일에도 또 나와야하는 점을 감안하면 교체는 시기적절했다.
이렇듯 한승혁이 선발 데뷔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상대적으로 좌완 박경태의 입지가 애매해졌다. 사실 한승혁이 이어받은 선발 자리는 원래 박경태의 몫. 그러나 박경태가 시범경기 때와는 달리 정규시즌에서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결국 이 자리를 스스로 잃은 모양이 됐다. 한승혁이 그 자리로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선발 자리를 잃은 박경태는 자연스럽게 불펜으로 투입됐다. 원래 불펜은 박경태에게 낯선 자리가 아니다. 그간 선발보다는 주로 불펜에서 뛰어왔다. 박경태도 올해 초 오키나와 캠프에서 "선발을 하고 싶은 게 사실이지만, 팀에서 필요하다면 불펜을 각오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불펜으로 내려갔어도 크게 달라질 건 없는 듯 했다. 오히려 선발로 나설 때의 불안감을 덜어내고 자신의 구위를 되찾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불펜으로 내려간 박경태는 여전히 자신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선발에서 탈락한 이후 두 차례 경기에 나왔는데, 모두 부진했다. 지난 13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2이닝을 던졌는데 솔로홈런 1방을 맞았다. 이어 15일 한화와의 홈경기에서는 2-1로 앞선 7회초 2사 만루에 등판해 한화 피에를 상대로 초구에 2타점 역전타를 얻어맞은 뒤 바로 교체됐다.
선발로 나왔을 때나 불펜으로 나왔을 때 모두 자신감을 잃은 듯한 모습이 나오고 있다. 이건 팀에는 물론이거니와 박경태 본인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은 모습이 아니다. 잃어버린 자신감을 영영 되찾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
박경태의 계속된 부진에 대해 KIA 코칭스태프도 난감해하고 있다. 비록 현재의 모습이 부진하지만, 박경태는 여전히 쓰임이 많은 투수이기 때문이다. 긴 이닝을 소화해줄 수 있는 왼손투수는 KIA에 현재 없다. 심동섭이 재활 중이기 때문이다. KIA 선동열 감독은 "원래 좋은 공을 갖고있는 선수이고, 왼손이라는 희소성도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활용도가 참 고민스럽다. 선수 본인이 마운드에서 전혀 기를 펴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심동섭은 현재 재활 막바지에 있다. 4월 하순쯤 복귀가 가능하다. 만약 심동섭이 오면 박경태에게 잠시 휴식을 줘서 스스로 재정비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어쨌든 1군에 남겨둬야 한다. 결국 박경태의 위력을 가장 잘 이끌어낼 수 있는 활용법을 찾는 것이 KIA로서는 시급하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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