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쉬어야 잘 움직일 수 있다. 운동선수에게 적절한 휴식은 훈련보다 더 큰 효과를 주기도 한다. 아프고 지쳤던 몸과 마음을 다시 추스르면서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KIA 타이거즈가 바로 이런 때를 만났다. 마치 봄가뭄의 목마름을 해소시켜주는 단비와 같은 4일간의 휴식 일정. 개막 후 쉴 새 없이 이어졌던 경기 일정에서 잠시 한숨을 돌릴 시간을 벌었다. 시즌 초반, 이 휴식기가 KIA의 향후 순위 싸움에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달콤한 시즌 첫 휴가
지난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의 주말 3연전을 마친 KIA는 24일까지 시즌 첫 휴식기에 들어갔다. 지난해부터 9구단 체제가 되면서 생긴 독특한 일정이다. 모든 구단이 돌아가면서 한 달에 한 번꼴로 4일 휴식을 갖게 된다. 9개 팀이라 경기 일정을 짜보면 한 팀은 꼭 남기 때문이다. 휴식기는 이렇게 발생한다.
이렇게 돌아오는 휴식기는 선수들에게는 무척이나 달콤한 보상이다. 경기를 치르며 소모된 체력을 재충전할 수 있고, 아픈 곳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시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코칭스태프의 입장에서도 이런 휴식기는 반갑다. 선수들이 재충전을 하면 그만큼 팀 전력이 좋아진다. KIA도 마찬가지다. 선동열 감독은 "휴식기를 통해 선수들이 힘을 다시 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휴식기가 팀을 완전히 탈바꿈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재충전을 하고, 전력을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일 뿐이다. 이 시기에 너무 큰 변화를 추구하는 것도 사실 좋지 않다. 이미 시즌 중임을 감안했을 때 기술이나 전술적인 변화를 이 기간안에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복기하라, 19경기
대신 이런 것들은 할 수 있다. 이 기간을 통해 지난 경기들을 복기하고, 그 안에 나왔던 오류들을 수정하는 작업이다. 마침 시즌 초반이라 이 작업이 가능하고, 또 유용할 수 있다. 시즌 초반 KIA는 희망요소와 불안요소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지난해에 비해 선수들의 응집력 등은 확실히 나아졌다. 새 얼굴들, 외야수 이대형이나 내야수 김민우, 투수 김태영 한승혁 등 팀 전력에 플러스 요인이 되는 선수들이 많은 기여를 했다.
하지만 여전히 세세한 부분에서는 실수가 잦았다. 주루플레이나 작전 수행, 또 수비 등에서 스프링캠프 내내 준비한 것들이 제대로 나오지 못한 것이다. 불펜도 여전히 불안했고, 선발진도 뒤로 가면서 흔들렸다.
결국 KIA는 휴식기 이전에 8승11패를 기록했다. 승률 5할에서 3승이 부족하다. 순위는 6위. 미묘한 성적이다. 대단히 부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잘했다고 칭찬하는 것도 맞지 않다.
중요한 건, 분명 올해의 KIA는 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는 점이다. 11번의 패배 중에 약간의 실수로 놓친 승리가 꽤 있다. 이 경기들을 잡았으면, 승률은 이미 5할을 훌쩍 넘길 수 있었다. 결국 휴식기에서 KIA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수정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실수들이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휴식기 이후 순위 반등은 가능하다.
구원군들, KIA는 새 힘을 얻는다
이번 휴식기가 갖는 여러 의미 중에서 특히 중요한 건 일단 선발 로테이션을 재조정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점. KIA는 올해 불펜의 힘이 약한대신, 선발진은 꽤 강하다. 외국인 선발 D.J.홀튼과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이루는 '원투펀치'. 어느 구단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이 최근 흔들렸다.
아무리 뛰어난 선발투수라도 한 시즌 내내 잘 할 수는 없다. 컨디션이 안좋을 때는 얻어맞기도 하고, 형편없는 공을 던지기도 한다. 공교롭게 KIA 원투펀치는 이 시기가 겹쳤다. 특별히 몸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니다. 타이밍이 좋지 않았을 뿐. 그렇다면 이 휴식기는 이들 원투펀치에게는 매우 좋은 회복의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러면서 KIA는 자연스럽게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할 수 있다. 휴식기 이후 경기에 선발진 중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는 선수들 위주로 투입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이건 분명 큰 호재다.
더불어 이번 휴식기를 마치면 새로 팀에 합류하게 될 '구원군'도 생길 전망. 특히 약한 불펜 전력에 힘을 싫어줄 수 있는 선수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좌완 심동섭과 우완 박지훈이 대기 중이다. 이들의 1군 합류 시점은 휴식기 직후 25일부터 잠실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의 주말 3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가 아니더라도 그 다음 주중 SK와의 3연전이 유력하다.
만일 이들이 불펜에 합류하면 일부 엔트리 조정이 불가피하다. 새 힘을 불펜에 수혈하고, 기존의 지친 선수들은 다시 몸을 추스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또 자연스럽게 '경쟁 유발'이라는 부차 효과도 생긴다.
결국 이번 4일간의 휴식을 KIA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보내느냐에 따라 순위 반등의 여지는 충분히 열려있다. 결국 그걸 만들어내는 것은 KIA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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