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상주 상무 감독은 성격이 급하다. 경상도 사나이라 말투도 투박하다. 스스로 "나는 다혈질이다"라고 얘기한다. 전체 선수단을 모아 놓고 쓴소리도 자주 한다. 반면 마음이 여리고 정이 많아 선수들에게 화를 내고는 뒤돌아서 후회하곤 한다. 선수를 따로 불러 다독이며 '힐링'의 시간도 갖는다. 선수들도 박 감독의 진심을 잘 안다. 상주의 공격수인 이근호는 "감독님이 성격이 급하셔서 그렇지 마음이 정말 여리시다. 선수들을 혼내셔도 우리는 감독님의 마음을 다 안다"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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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밀당(밀고 당기기)'은 선수관리의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감독은 선수와 개인 면담을 통해 경기력을 끌어 올리거나,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때론 일부러 혼내기도 하면서 경기력을 유지시키곤 한다. 휴가를 주거나, 개인 훈련을 시키는 등 '당근'과 '채찍'을 교묘하게 사용하는 것도 밀당의 한 방법이다.
박 감독은 밀당을 즐기는 편이다. 그러나 최근 딜레마에 빠졌다. 당근과 채찍을 이용해 '밀당'을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박 감독에게 채찍은 있어도 당근이 없다. 상주 선수들이 군인 신분이라 훈련은 박 감독이, 생활은 부대에서 관리하는 이원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다른 프로팀에서는 오히려 역발상도 많이 했다. 채찍을 가해야 할 때 당근을 주거나, 반대로 당근을 줘야 할 때 채찍을 가하면 선수단 관리가 쉬워진다"면서 "하지만 상무에서는 내가 선수들에게 줄 당근이 없다. 처음에는 정신력으로 버텼는데 시즌을 거듭할 수록 선수들 관리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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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동기 부여 및 사기 진작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군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고의 당근은 휴가다. 그러나 박 감독에게는 선수들에게 휴가를 부여할 권한이 없다. 군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클래식 9라운드 경남전을 앞두고 체육부대가 선수들에게 승리시 2박3일, 무승부시 1박2일의 휴가를 약속했다. 그러나 상주가 졸전 끝에 경남과 0대0 무승부를 기록하자, 체육부대가 약속과 달리 휴가를 무산시켰다. 상주 구단이 이유를 설명했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형편없어 휴가를 줄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보통 체육부대 선수들은 다른 사병들과 달리 시즌 중에 장기 휴가를 받을 수 없다. 그래서 하루, 이틀 정도 2주에 한 번씩 휴가를 나가다 보니 휴가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기본 휴가 일수는 사병과 똑같다. 이에 상주 구단 관계자는 "휴식도 경기력 유지의 한 전략이다. 규정 안에서 동기 부여를 위해 정해진 휴가를 쓸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체육부대의 '고무줄 잣대'에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도 당연했다.
이에 박 감독이 나섰다. 그는 울산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약속을 했다. "그룹 A의 마지노선인 6위 진입에 성공하면, 보상을 위해 감독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 노력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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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가 있었다. 상주는 이근호 이재성 이 호 등 핵심 전력 3명이 '원소속팀 경기 출전 금지' 규정에 걸려 울산전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전력 열세를 딛고 1대1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 1점을 추가했다. 덕분에 상주는 현재 8위(승점 10)에 랭크돼 있다. 6위인 수원(승점 15)과의 승점차가 5점에 불과하다. 전남, 수원전 결과에 따라 목표 달성 여부가 결정된다. 선수들에게 약속은 했지만 박 감독은 안타까울 뿐이다. 그는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뛰어주고 있는데, 안타깝다. 다른 프로 팀들은 승리 수당이라도 받는데 나는 감독으로 선수들에게 해줄 수 있는게 많이 없다. 대화를 하며 어르고 달래는 방법 밖에…"라고 했다. 박 감독의 외침에도 되돌아오는 메아리는 없다. '수사불패(雖死不敗)'의 군인 정신을 강조하며 승리만을 바라는 국군체육부대의 융통성있는 대처가 필요한 시기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