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을 내야하는데 무작정 기다려줄 수가 없잖아."
감독들은 항상 유망주를 보면서 딜레마에 빠진다. 기회를 줘서 꾸준히 뛰게 하면 좋은 선수로 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럴 시간은 없기 때문이다.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도 마찬가지다. 입대한 배영섭의 빈자리를 메울 중견수 자리에 누굴 넣을까 항상 고민을 한다. 중견수 후보가 정형식 이영욱 박해민 박찬도 김헌곤 등 무려 5명이다.
시즌 초반엔 정형식이 주전으로 나섰다. 류 감독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정형식을 주전 중견수이자 1번타자로 낙점했다. 하지만 타격이 너무 부진했다. 결국은 제대한 이영욱이 두번째로 기회를 얻었다. 좋은 타격으로 활약을 펼치던 이영욱도 곧 부진에 빠졌다. 류 감독은 다시 정형식을 기용했지만 타격은 살아나지 않았고, 세번째로 박해민을 내세웠다. 14일 한화 이글스전에는 김헌곤이 중견수로 나섰다. 김헌곤이 4타수 3안타 2타점의 좋은 활약을 하자 류 감독은 "잘한 선수에게 다음 경기에도 기회를 줘야하지 않겠나"라며 15일 경기에도 김헌곤을 출전시켰다.
류 감독은 "이들 5명이 모두 발이 빠르고 수비도 나쁘지 않다"면서 "선수를 키우기 위해선 기다려주기도 해야하지만, 나는 성적을 내야하는 감독이다. 이기기 위해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기회를 줄 때 잡을 줄 알아야 프로다"고 했다.
배영섭이 류 감독의 기대에 부응한 케이스다. 류중일 감독은 2011년 감독으로 선임됐을 때 1번 타자로 배영섭을 떠올렸다. 동국대 시절 '대학리그의 이치로'라는 찬사를 받았던 배영섭은 입단 직후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았고,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류 감독은 2군 수비코치로 있을 때 그의 재능을 봤고 2011년 과감히 배영섭을 1번으로 썼다. 그리고 배영섭은 그해 타율 2할9푼4리, 2홈런, 24타점 33도루로 신인왕에 올랐다. 류 감독은 "내가 감독이 됐을 때 배영섭과 오정복이 1번 후보였다. 컨택트 능력이 좋은 배영섭을 1번으로 밀었는데 성공했다"고 했다.
류 감독은 신인 선수가 곧바로 주전으로 크기 힘든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했다. "기존 선수들은 그전에 했던 모습이 있기 때문에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일시적인 부진으로 여기고 믿고 맡기지만, 신인들은 다르다. 감독 입장에서는 팀 성적 때문에 오랫동안 기회를 주고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시즌이 시작한지 한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삼성의 주전 중견수는 없다. 치열한 경쟁에서 누가 기회를 잡을 지 궁금해진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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