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을 완전히 찾은 것 같아요.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
SK 이만수 감독은 최근 이재원을 주전 포수로 쓰고 있다. 지명타자로 나서면서 4할대 타율을 기록하던 이재원이 포수 마스크를 쓰자 더욱 신이 난 모양새다. 이 감독도 이재원에게 주전 마스크를 씌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포수로서도 자신감을 찾은 모습이 흐뭇하기만 하다.
올시즌은 이재원을 재발견한 시즌이다. 이재원은 그동안 오른손 대타요원의 이미지가 강했다. 본인 스스로도 "국내 왼손투수 공은 내가 다 안다"고 말할 정도로 '스페셜리스트'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이재원은 올해 자신이 반쪽짜리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상무에서 돌아온 뒤 풀타임으로 뛴 지난해 오른손타자에 대한 감을 익혔고, 이젠 좌우를 가리지 않는 타자가 됐다. 21일 현재 타율 4할4푼7리로 부동의 타격 1위다. 놀라움을 넘어 무서운 페이스를 선보이고 있다.
타격 재능을 뽐내고 있던 이재원에게도 꿈이 있었다. 이재원은 지난달 외야수와 포수를 겸업하는 넥센의 외국인선수 로티노를 보면서 "나도 로티노처럼 포수로도 나가고 싶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런데 그 꿈이 이뤄졌다. 그것도 땜질용 포수가 아닌, 주전 포수다.
이재원은 지난 16일 대전 한화전에서 처음 포수로 선발출전했다. 17일 경기에서 연장 승부를 펼치면서 18일 한화전에만 지명타자로 출전했을 뿐, 계속해서 주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첫 날은 4타수 1안타로 다소 주춤하는 듯 했다. 매일 같이 안타를 날리던 그였기에 1안타는 다소 적어보였다. 하지만 포수에겐 수비 부담이 있다. 이재원은 부담 속에서도 타격감을 잃지 않았다.
포수로 나가기 시작한 16일부터 22일 NC전까지 6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다. 두 차례 3연전 모두 이재원이 팀의 중심에 있었다. 타순도 4번으로 옮겼다. 이재원 없이 현재의 SK를 논할 수 없을 정도다.
이재원은 포수를 보고 나서 "더 신이 난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명타자나 대타요원들은 수비에 나가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수비에 나가면 타격감을 유지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재원 역시 수비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포지션과 달리, 전문성이 요구되는 포수 포지션이라 꿈을 이루는 게 쉽지 않았다. 이재원은 상무 복무 시절 포수로 뛰었지만, 여전히 포수로선 '초보' 취급을 받고 있었다. SK 코칭스태프는 이번 스프링캠프 때 조인성 정상호와 함께 포수로 경쟁을 시키려 했지만, 손을 다쳐 수술을 받으면서 무산됐다.
그래도 이재원은 시즌이 시작된 뒤에도 포수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매일 한 바가지씩 흘린다"며 손사래를 쳐도 포수로서 가능성은 있었다. 마침 타격감이 최고조에 올랐을 때 포수로 나가기 시작하자, 시너지 효과가 나기 시작했다.
이재원은 "포수로 선발출전한 첫 날, (정)근우형 도루 때 거의 아웃타이밍으로 던진 적이 있다. 그때 송구의 감을 잡았다. 김태형 코치님께선 '니가 지금 감이 없는 게 아니다. 하던대로만 해라'고만 말씀해주셨다. 원래 어깨는 강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감을 잡으면서 정확도가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물오른 타격감엔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이재원은 "타석에서 차이는 크게 없다. 아주 약간 공이 잘 보이는 건 있다. 하지만 그만큼 수비로 인해 힘이 든다"며 웃었다.
어쨌든 이재원은 요즘 한참 신이 났다. 무거운 포수 장비를 차고 땀을 흘리면서도 "재미있다"며 싱글벙글이다. 이만수 감독은 "그동안 포수로서 자기 모습을 못 찾았는데 이제 자신감을 완전히 찾았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흐뭇해했다.
이재원은 22일 NC전에서도 '미친' 타격감을 이어갔다. 선취점에 이어 역전 점수까지 그의 손에서 나왔다. 1회초 2사 2루서 깔끔한 좌전 적시타로 타점을 올리더니, 1-1 동점이던 8회엔 2사 1,3루서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적시 2루타를 날렸다. 5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SK는 이재원의 맹활약 속에 연장 10회 임 훈의 결승타로 3대2로 승리했다. 이재원이 만든 2타점이 승리의 발판이었다. SK 반등의 희망은 그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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