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WKBL 엘리트 유소녀 농구캠프에 참가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사진제공=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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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배울 수 없던 것들을 배웠어요. 너무 신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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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한국 여자농구 발전을 위해 의미있는 행사를 마련했다.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를 짊어질 전국 21개교, 46명의 여자중학생 선수들이 강원도 양구에서 열린 '2014 WKBL 엘리트 유소녀 농구캠프'에 참가했다. 4박5일 일정.
행사 첫 날인 9일 양구 문화체육관에는 웃음이 넘쳐 흘렀다.
◇전주기전중 임수빈(오른쪽)과 상주여중 지혜진이 즐거운 표정으로 1대1 돌파 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진제공=WKBL
"체력훈련이 아닌 1대1 기술을 배워 행복해요."
간단한 오리엔테이션 후 바로 4개조로 나뉘어 훈련이 진행됐다. 각 코트에 2명의 코치가 붙었다. 그리고 3시간 동안 쉴새 없는 지도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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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것은 훈련 방식이었다. 반코트에서 진행되는 훈련이기에 뛰고, 구르는 훈련은 불가했다. 대신 계속해서 공을 만지고 기술을 배웠다. 코트마다 교육 프로그램이 달랐다. 여자농구의 전설 센터 정은순 코치(KBS N 스포츠 해설위원)가 담당한 코트에서는 피벗에 관한 강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지난 시즌까지 우리은행에서 현역으로 뛴 김은경 코치는 공을 잡은 후 스텝, 돌파 기술을 전수했다. 현역 시절 수비의 달인으로 불렸던 정덕화 코치(전 KB스타즈 감독)는 사이드스텝을 통한 수비법을 교육했다. 모두 1대1, 혹은 2대2 공격과 수비에 관한 내용이었다.
훈련이 종료된 후 한 선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더블클러치 슛 연습도 했어요"라고 자랑을 했다. 한국 학생 엘리트 스포츠는 어렸을 때부터 이기는 것에만 열중한다. 체력훈련 위주로 훈련이 이뤄진다. 체력이 돼야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어른들의 생각 때문이다. 물론, 체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공 한 번 잡지 않고 뛰기만 한다면 운동에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 이 캠프까지 올 정도의 실력이라면 체력도 경기의 일부라는 것을 이해하는 성숙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그만큼 성숙하기에 농구선수로서 개인 기량을 키우고 싶은 열망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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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중 에이스로 외곽슛이 뛰어난 진세미(3학년)는 "평소 배우지 않던 1대1 기술과 스텝슛을 배울 수 있어 좋았어요. 평소 이런 고급 기술들을 배우고 싶었거든요"라고 했다. 빠른 스피드와 탁월한 센스를 갖춘 부산동주여중 가드 박인아(2학년)도 "평소 조직력에 대한 얘기를 주로 들었는데, 코치님 두 분이 자세히 가르쳐줘 기량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라고 했다.
◇정은순 코치(KBS N 스포츠 해설위원)가 삼천포여중 김민정에게 직접 피벗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사진제공=WKBL
시대가 많이 변했다. "여자농구보다 화려한 남자농구가 훨씬 재밌어요. 우리도 그런 농구를 하고 싶어요"라고 당차게 말하는 여중생 선수들이다. 예전에 비해 잘 먹고, 잘 커 충분히 고급 농구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실제, 여자농구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던 투핸드슛을 하는 선수를 이날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WKBL 관계자는 "지난해 행사 때 설문조사를 했다. 어린 선수들이 개인기를 배우고 싶어했다. 이번 캠프에 이런 점을 많이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어린 선수들의 열망을 채워줄 수 있는 학교 체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WKBL의 화끈한 지원
WKBL은 이번 행사의 모든 비용을 부담했다. 또 어린 선수들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선물을 했다. 가장 눈에 띈 게 'KOREA'와 태극기가 박힌 국가대표팀 유니폼. WKBL의 관계자는 "선수들이 자부심을 갖고 즐겁게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고급 유니폼 3벌을 지급했다. 또 농구화를 포함해 운동화 2켤레, 트레이닝복, 운동 가방 3개, 프로선수들이 주로 착용하는 기능성 언더웨어, 양말까지 박스 하나를 가득 채워 전달했다.
신이난 선수들은 새 유니폼과 농구화를 착용하고 즐거워했다. WKBL 관계자는 "지급한 용품을 구입하는 데만 1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WKBL은 캠프에 참가한 46명 선수들에게 총액 1억원 규모의 용품을 선물했다. 사진제공=WKBL
코치진도 최고 수준으로 섭외했다. 김평옥 총감독을 비롯해 여자농구의 전설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정덕화 정은순 김은경 코치 외에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사령탑을 맡은 김영주 코치, 이지승 박영진 코치, 국가대표 출신 조문주 권은정 코치가 휘슬을 불었다. 여중생 선수들은 TV에서만 볼 수 있었던 우상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했다.
2012~2013 시즌까지 KB스타즈를 이끌었던 정덕화 코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열정을 다해 선수들을 지도했다. 정 코치는 "어린 나이지만 열의를 갖고 열심히 해주는 선수들을 보니 귀엽고 대견하다"며 "선수들이 몰랐던 농구 용어, 기술 하나를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선수들이 하나라도 더 배워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도하겠다"고 했다.
소녀들의 감성을 위해 색다른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저녁 시간에 요가, 아쿠아로빅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코트에서 적으로 만나던 또래 친구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각기 다른 학교 선수들로 훈련조와 숙소를 편성했다. 선수들은 "코트에서는 욕도 하고 꼬집기도 해요. 정말 장난 아니지요"라면서 "이런 자리에서 다른 학교 친구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너무 행복해요"라고 했다.
WKBL 관계자는 "아직 사회에 나가려면 시간이 많이 남은 어린 선수들이다. 잠시라도 무조건 이겨야 하는 승부의 세계를 떠나 학생답게 소중한 추억을 쌓았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