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잠수함투수 김병현이 두 번째 선발 도전에서 의미있는 투구를 했다. 4이닝 3실점. '성공'이라는 평가는 무리지만, 이 정도면 준수했다고 할 수 있다.
김병현은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로 나왔다. 지난 10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 이후 두 번째 선발등판이다. 사실상의 마지막 선발기회라고 볼 수 있었다. 김병현의 선발 등판은 팀의 사정이 워낙 안좋았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다. 송은범이 어깨 부상으로 전력에서 완전히 이탈하면서 5선발 자리에 구멍이 생겼다. 한승혁이나 신창호 등이 그 자리에 투입됐지만, 실력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2군에서 선발로 나서고 있는 베테랑 서재응을 불러올리는 것도 무리였다. 2군 코칭스태프는 서재응이 아직 1군 경기에 나설 정도는 아니라고 선동열 감독에게 보고했다.
때문에 선 감독은 지난 10일부터 김병현에게 선발 기회를 주고 있다. 나이가 들어 예전의 구위는 나오지 않지만 경험이 풍부한 만큼 최소한 5이닝만 버텨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선 감독은 "김병현 스스로 60~70개 정도는 힘있게 던질수 있다고 밝혔다. 5이닝만 버텨줄 수 있다면 만족"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었다.
하지만 첫 선발 등판에서는 무너졌다. 한화전에서 2⅔이닝 동안 5안타 3볼넷으로 7점(6자책점)이나 허용하고 말았다. 3회를 못채운 것은 허약한 팀의 불펜 상황을 고려하면 무척이나 좋지 않은 결과다. 그래서 15일 롯데전이 김병현의 선발 잔류를 결정짓는 마지막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만약 이 경기에서마저 대량 실점하면서 조기 강판된다면 선 감독은 다른 선발감을 찾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병현은 이 마지막 기회에서 나름 호투했다. 4이닝 동안 88개의 공을 던지며 6안타 1볼넷 3삼진으로 3점을 내줬다. 2회에 3점을 내주는 과정에서 투구수가 많아진 것을 제외하면 1회와 3, 4회는 꽤 잘 던졌다. 투구수를 88개까지 소화한 점도 의미가 있다. 비록 투구수가 너무 많아지는 바람에 5회까지 버티지 못한 점이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다.
KIA 타선이 롯데 장원준을 두들겨 5회까지 7-3으로 앞서간 터라 만약 김병현이 5회까지 버텼다면 선발승을 따낼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88개나 던진 김병현을 5회에도 올리는 건 위험도가 크다. 김병현은 올해 이렇게 많은 공을 던진 적이 없다. 그래서 구위가 갑자기 떨어져 역전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고, 선수가 다칠수도 있다. 선 감독은 그래서 5회에 김병현을 내리고, 좌완 필승조 심동섭을 투입했다.
이날 경병현은 1회를 공 14개 만에 끝내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이날 리드오프로 출전한 롯데 간판타자 손아섭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지만, 정 훈을 삼진처리한 뒤 히메네스를 2루수 앞 병살타로 유도해 한 꺼번에 선행주자 손아섭까지 잡아냈다.
2회가 문제였다. 선두타자 최준석을 볼넷으로 내보낸 것이 화근이다. 후속 박종윤과 황재균이 각각 중전안타와 좌전안타를 날리며 순식간에 무사 만루 위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김병현은 문규현을 노련하게 병살타로 유도했다. 3루 주자 최준석이 홈을 밟았지만, 아웃카운트는 2개로 늘어났다. 2회는 이런식으로 쉽게 끝날 듯 했다.
하지만 강민호의 1타점 중전 적시타가 나오면서 상황이 변했다. 이어 9번 임종혁 타석 때 포수 이성우가 파울타구에 맞으면서 포수가 갑작스럽게 차일목으로 바뀌는 일도 생겼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김병현은 임종혁과 손아섭에게 연속 중전안타를 맞아 이날 3점째를 내줬다. 간신히 정 훈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2회에만 무려 40개의 공을 던졌다.
그러나 김병현은 3회와 4회에는 완전히 안정감을 되찾았다. 똑같이 17개씩의 공만 던져 연속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3㎞까지 나왔고, 슬라이더를 두 번째로 많이 던졌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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