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홍명보는 박주영의 든든한 병풍이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병역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박주영의 손을 잡았다. 구차한 변명 대신 정면돌파를 택했다. "박주영이 군대에 가지 않겠다면 내가 대신 가겠다." 침체됐던 제자는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결정짓는 일본전 결승골로 스승의 은혜에 보답했다. 해피엔딩이자 또 다른 출발이었다.
2년이 흘렀다. 홍 감독은 월드컵 무대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역시절 4차례 뛰었던 월드컵 무대는 지도자 시절도 함께 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코치를 거친 홍 감독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사령탑으로 세계 무대에 나선다. 현역시절의 영광과 자존심을 모두 내려놓았다. 그 중심에 박주영이 있다.
Advertisement
지난 3월 전까지 홍명보호에 박주영의 자리는 없었다. 소속팀 아스널을 떠나 셀타비고(스페인) 왓포드(잉글랜드)에서 각각 임대 생활을 보냈지만,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었다.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기록한 호쾌한 결승골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브라질행을 앞두고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설 때, 홍 감독은 다시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원칙은 내가 깬 것이 맞다." 스스로 부담을 짊어졌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2년 전과 박주영의 현재가 맞닿아 있다. 소속팀에서의 부진은 대표팀까지 이어졌다. 튀니지, 가나전에서 무득점에 그치며 제 몫을 못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골은 스트라이커의 숙명이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박주영은 런던올림픽 일본전과 마찬가지로 큰 무대에서 한방을 바라보고 있다. 18일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날에서 펼쳐질 러시아와의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H조 1차전은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고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기에 최고의 무대다.
Advertisement
박주영은 16일(한국시각) 쿠이아바의 미투그로수연방대학 운동장에서 열린 월드컵대표팀 훈련을 마친 뒤 "러시아전에서 팀이 승리하는 게 각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전방에 위치하는 만큼) 수비부터 공격까지 모두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강력한 중원 압박과 역습을 즐기는 러시아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파워 넘치는 수비는 최전방에서 싸워야 할 박주영에겐 부담이 될 만하다. 이에 대해 박주영은 "마무리(슈팅 완성도)를 가다듬고 있다. 매일 훈련 뒤 슈팅 훈련을 하면서 감을 찾고 있다"며 "방안에 홀로 있을 때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쓴 사상 첫 원정 16강 신화. 박주영은 나이지리아전 프리킥 역전골로 그 중심에 섰다. 러시아전을 앞두고 4년 전의 기분좋은 기억을 떠올릴 만하다. 박주영은 "(당시와 비교해) 컨디션은 괜찮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