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진짜 힘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죠."
'강팀'의 조건으로 야구계 전문가들이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바로 두터운 선수층이다.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선수단 내부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통해 고른 전력을 만들어놓은 팀이 '강팀'이다. 핵심 주전선수 몇 명이 빠졌다고 해서 금세 휘청이는 팀은 '강팀'이라 할 수 없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흔들림없이 고른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팀이 리그를 지배하는 건 당연하다.
흔들림없는 '강자'의 면모
2010년대에 접어들어 삼성 라이온즈는 한국 프로야구를 지배해왔다. 2010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이어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3년 연속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며 '삼성 왕조'를 구축했다. "삼성은 강하다"는 말은 결코 공허하지 않다. 특히 삼성은 앞서 언급한 '강팀'의 조건에 정확히 부합한다. 이 시기에 삼성에도 부상 선수들은 꾸준히 생겨왔다. 그럼에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올 시즌도 비슷하다. 시즌 초반 삼성은 극심한 부상 대란에 시달렸다. 주전포수 진갑용이 팔꿈치 부상으로 4월에 수술을 받았고, 시즌 개막전에서는 '세컨드 포수'였던 이지영이 다쳤다. 또 외국인 투수 마틴은 스프링캠프 막판에 부상을 당했고, 밴덴헐크도 시즌 초반 어깨 부상을 겪었다. 이와는 별도로 특급 마무리 오승환이 지난 시즌을 마치고 팀을 떠난 것도 삼성의 전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었다. 그래도 삼성은 여전히 건재하다. 벌써 한 달이 넘게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시련 앞에서 꿋꿋하게 버텨냈다.
그러나 아직 시즌이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마침 이런 시기에 삼성이 또 다른 시험을 만났다. 팀의 핵심전력인 '필승계투' 안지만이 최소 10일간 1군에서 빠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삼성이 1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최강'의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안지만 없이도 강할까
삼성은 1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SK 와이번스전을 앞두고 안지만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오른쪽 어깨 근육에 생긴 가벼운 통증 때문. 류중일 감독은 이에 대해 "약간 통증이 있다고 해서 '휴가'를 줬다"고 표현했다.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는 뜻. 이대로라면 열흘 뒤에는 다시 1군 합류가 유력하다.
그런데 안지만의 빠져있는 동안, 삼성은 리그 2, 3위 팀을 연거푸 만난다. 당장 SK와의 주중 3연전이 끝난 뒤 20일부터 창원에서 2위 NC 다이노스와 원정 3연전을 치른 뒤 24일부터는 3위팀 넥센 히어로즈와 대구 홈에서 맞붙는다. 이 6연전의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삼성 주장 최형우는 "특히 NC와의 3연전을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 향후 두 달 정도의 분위기가 결정될 것 같다. 선수단 모두 필승 각오를 하고 있다"며 삼성의 팀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상황에 안지만이 빠진 것은 전력에 상당한 마이너스 요인이다. 안지만은 올해 26경기에 나와 1승2패 1세이브 15홀드에 3.0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리그 홀드부문 1위다. 이런 선수가 없다면 경기 중후반이 꽤 답답해질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의 자신감은 '안지만 공백기'를 크게 우려하지 않는 눈치다. 삼성 관계자는 "가벼운 통증이라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시기이긴 하지만, 안지만이 없는 상황에서도 버틴다면 거기서 진짜 팀의 힘이 나타날 수 있다"며 현 시점에서는 안지만의 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불펜투수들에 대한 강한 믿음이 배어나오는 말이다.
그런데 당장 안지만이 빠진 첫 날부터 삼성 불펜은 흔들렸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다. 18일 경기에서 삼성은 9-5로 앞선 6회 2사 후 선발 배영수의 뒤를 이은 박근홍-심창민-차우찬의 불펜진이 7회 2점, 8회 3점을 내줬다. 그러더니 마무리 임창용까지 9회말 박정권에게 동점타를 맞아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천만다행으로 삼성은 연장 10회초에 터진 이승엽의 결승 솔로홈런 덕분에 극적인 승리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지만이 빠진 첫 경기에서부터 불펜이 이렇게 흔들리게 되면 앞으로 계속 '강팀'의 면모를 유지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을 듯 하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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