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전은 한국영(24·가시와)에게 지우고 싶은 기억이다.
'신형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이 무색했다. 자부와 페굴리, 슬리마니를 앞세운 알제리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전반전에만 3골을 내주면서 주저앉았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한국영은 '죄송하다'는 말만 남긴 채 종종걸음을 쳤다.
하루가 지났다. 홍명보호의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로 복귀한 한국영은 이를 물었다. 24일(한국시각) 플라멩구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회복훈련 내내 무거운 표정으로 스트레칭과 러닝으로 몸을 풀 뿐이었다. 자신의 플레이에 대한 반성과 자책 속에서 벨기에전 반전을 다짐했다.
한국영은 취재진을 만나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알제리전은) 바보같은 경기였다. 책임감을 느낀다." 그는 "축구를 하면서 어제와 같은 경기가 있나 싶었다. 당황스러웠다. 경기 뒤 잠도 한숨 못잤다"고 마음고생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그러더니 "이대로 가면..."이라고 말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울먹이는 소리로 "너무 후회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포기하기엔 이르다. 5%의 가능성이 남아있다. 27일 상파울루의 아레나 코린치안스에서 펼쳐질 벨기에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H조 최종전은 명예회복의 마지막 기회다. 한국영은 "(브라질월드컵에서)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다. (벨기에전에서 16강의) 0.1%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도전하겠다. (벨기에전은) 비난을 응원으로 조금이나마 돌릴 수 있는 찬스"라고 말했다. 그는 "부상을 해도 상관없다"고 강조하면서 "브라질월드컵 참가 만으로도 내게는 영광스러운 일이다. 내게는 마지막 월드컵 본선이 될 수도 있다. 그라운드에서 기어서 나온다는 각오로 뛰겠다"고 눈을 빛냈다. 또 "(알제리전은) 정신적인 부분이 부족했다. 안이하게 생각했다. 간절함이 부족했다. 벨기에전에서는 정신적인 부분을 다져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구아수(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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