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월드컵은 희비의 쌍곡선이었다.
홍명보호의 수문장 정성룡(29·수원)과 김승규(24·울산) 얘기다.
한 경기로 평가가 엇갈렸다. 정성룡은 부침을 겪었다. 알제리와의 조별리그 2차전(2대4 패)에서 부진했다. 특히 두 번째 실점 장면은 직격탄이 돼 날아왔다. 볼의 낙하지점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해 알제리의 중앙 수비수 라피크 할리체에게 헤딩 골을 허용했다. 경기 초반 알제리의 파상공세에 흔들리던 젊은 수비수들에 대한 리드가 부족했다는 혹평도 이어졌다. 러시아전의 선전은 금새 묻혀버렸다.
반면, 김승규에게는 특급 칭찬이 쏟아졌다. 정성룡을 대신해 골문을 지킨 벨기에와의 최종전에서 7차례 슈퍼세이브로 존재감을 폭발시켰다. 특유의 순발력과 안정적인 공중볼 처리는 정성룡과 비교돼 주가가 더 뛰었다. 특히 부상 투혼이 빛났다.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 때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 인대를 다쳤지만,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라는 심정으로 버텨냈다. 결과는 환희였다.
정성룡은 7일 월드컵 후폭풍에 또 다시 시달렸다. 영국 축구 통계전문매체 스쿼카가 공개한 최악의 선수 150인에 포함됐다. 정성룡은 월드컵에 출전한 586명 가운데 580위로 평가됐다. 김승규의 세상은 달랐다. 입지는 'K-리그 대세남'으로 변해 있었다. 인기는 상종가였다. K-리그 올스타 팬 투표 중간집계(4일 기준) 결과, 1위를 차지했다. 김승규는 총 7만2175표를 얻어 '차미네이터' 차두리(서울·5만6765표)를 제치고 1위를 질주했다.
운명이 뒤바뀐 월드컵은 끝났다. 야속하게도 경쟁은 계속된다. 정성룡과 김승규가 충돌할 무대가 마련됐다.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수원과 울산의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다.
관건은 맞대결 성사 여부다. 김승규는 이미 예열을 마쳤다. 6일 성남과의 클래식 13라운드를 소화했다. 후반 동점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수차례 슈퍼세이브를 펼쳤다. 적장 뿐만 아니라 상대 팬들에게도 칭찬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정성룡의 출전은 장담할 수 없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정성룡의 출전은 고민 중이다. 노동건의 컨디션이 좋다. 무엇보다 김승규와의 경쟁이 심리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다. 또 슈퍼매치와의 연속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월드컵으로 지친 정성룡은 몸 상태를 거의 회복됐다. 시차적응을 끝냈다. 그러나 심리적인 회복이 남았다. 김승규에게 밀린 정성룡에게 반전의 기회가 찾아올까.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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