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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더이상 축구불모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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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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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45분 드로겟의 동점골이 터진 순간, 1만6401명이 쏟아낸 엄청난 함성이 제주월드컵경기장을 뒤덮었다. 19일 서울전이 바꾼 '축구불모지' 제주의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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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주팬에게 서울전은 1년 중 가장 기다리는 경기가 됐다. 제주는 2008년 이후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서울과의 경기를 '타깃 매치'로 정하고, 모든 마케팅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제주가 서울전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단순히 징크스를 깨기 위해서가 아니다. 서울전을 통해 팬들에게 축구장을 찾은 재미를 안기고, 다른 경기까지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지난해 전쟁 컨셉트의 '탐라대첩'으로 재미를 본 제주는 올해에는 가장 핫한 키워드인 '의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의리' 사진 콘테스트, '최고의 프으리킥', '승리의 맥주 빨리 마시으리'등을 기획했다. 하이라이트는 박경훈 감독이 찍었다. 지난해 군복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선 박 감독은 이번에는 의리 의상(가죽 점퍼, 선글라스, 블랙진)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했다. "서울전은 반드시 승리하으리"를 외치며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서울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후원사들의 지원도 이어졌다. 제주의 후원사인 팔도는 관중에게 제공할 음료와 라면의 숫자를 늘렸다. 무엇보다 서울전을 인지하는 도민들의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제주 프런트는 서울전 전날까지 제주 도심 곳곳에서 '슈팅스타' 등 다양한 홍보전을 진행했다. 제주도민들의 호응이 높았다. '의리'를 외치며 서울전 응원을 약속했다. 이번에는 2만명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이어졌다. 2만명은 제주의 꿈이다. 박경훈 제주 감독이 "2만명을 돌파하면 오렌지색으로 염색을 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후, 목표치를 2만명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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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날씨가 발목을 잡았다. 서귀포시 곳곳에서 국지성 호우가 이어졌다. 경기장 주변에도 약한 빗방울이 떨어졌다. 경기 시작 20분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랬다. 94%에 달하는 높은 습도까지 경기관전에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그러나 팬들의 열성을 막을 수는 없었다. 전반전이 시작되고 나서도 경기장을 찾는 발걸음이 계속됐다. 연인부터 가족단위의 도민들부터, 관광객들까지 관중석을 채웠다. 경기가 긴박해지자 모두 자리에 일어서서 '내 팀' 제주를 외쳤다. 결국 경기는 극적인 1대1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징크스를 깨지 못한 감독의 마음은 타들어갔지만, 팬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경기 후 박 감독은 포토존에 서서 팬들과 사진을 찍어주며 경기장을 찾아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궂은 날씨 속 1만6401명이라는 숫자는 스타가 즐비한 서울이라는 최상의 매치업과 그동안 축적된 제주의 마케팅 경험이 결집된 결과물이었다. 제주는 더이상 '축구불모지'가 아니다.


제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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