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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4강 탈락의 위험성도 존재했던 경기였다. 경기가 끝난 뒤 유재학 감독은 "정말 힘든 경기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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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진천선수촌에서 연마했던 빅맨들의 외곽 수비력 향상 때문에 끝까지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점은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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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찌감치 필리핀전을 대비, 3-2 드롭존(3명이 앞선, 2명의 뒷선에 서는 3-2 지역방어의 변형. 앞선 가운데 빅맨을 배치, 골밑에 순간적으로 헬프를 들어가는 수비방법)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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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발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실제 3-2 드롭존을 펼친 뒤 필리핀의 공세는 일시적으로 차단됐다. 1쿼터 4분43초부터 8분44초 사이에 필리핀은 득점이 없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문태종의 연속 득점으로 16-17, 경기의 균형을 맞췄다.
3-2 드롭존의 약점 중 하나는 정중앙과 좌우 날개의 3점포 찬스가 난다는 점이다. 정중앙 3점포의 경우, 유 감독은 "필리핀 가드진이 스크린을 받고 3점슛 기회를 노릴 때 처음부터 빅맨이 밀착마크로 그런 가능성을 없애는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1~2차례 순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빅맨들의 집중력이 아쉬웠던 부분.
좌우 코너에서의 3점슛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어떤 지역방어를 사용해도 나타날 수 있는 약점. 유 감독은 필리핀 가드진의 활동력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패스워크에 의한 좌우 날개의 3점포는 어쩔 수 없다는 계산을 한 것 같다.
그런데 필리핀의 외곽포는 예상보다 훨씬 더 위력적이었다. 짐 알라팍과 앨런 챈, 알프레드 테노리오가 과감하게 올라간 3점포는 전반 대부분 림에 꽂혔다.
때문에 3-2 드롭존에 대해 '완전한 실패'로 단정짓기는 힘들다. 유 감독이 경기 후 얘기했던 "3-2 드롭존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세밀한 실수와 필리핀의 엄청난 슛 감각이 겹쳐진 부분이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가장 큰 의문이 여기에서 생긴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3-2 드롭존을 사용했을까. 통상적으로 지역방어는 길게 쓰지 않는다. 특히 3-2 드롭존과 같은 특이한 형태의 지역방어는 승부처에 2~3차례 꺼내드는 게 정상적이다. 유 감독은 "경기 전 대인방어는 쉽지 않다고 예상했었다"고 했다. 당연한 결론이다. 필리핀 가드들의 노련한 움직임과 능수능란한 테크닉을 고려하면 그렇다.
경기가 시작되면 처음부터 지역방어를 쓸 순 없다. 일단 대인방어로 시작한 뒤 적절한 시점에 수비를 바꾸는 게 정석이다.
그는 "경기 시작 이후 필리핀의 패턴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는데, 대인방어에서 처음부터 수비 움직임이 어긋났다. 그래서 더욱 3-2 드롭존을 버리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결국 경기 초반부터 대인방어가 통하지 않자, 유 감독은 1쿼터 중반부터 3-2 드롭존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계속되는 필리핀의 3점포 공세에서도 대인방어로 바꿀 수 없는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다. 자칫 어설픈 대인방어는 필리핀 가드진에게 더욱 많은 공격 찬스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이 부분은 필리핀과 한국의 테크닉 수준 차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정상적인 대인방어로 막기가 힘들어지는 상황. 때문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더라도 필리핀 가드진의 활동폭을 최대한 좁히는 전술을 쓸 수밖에 없는 한국농구의 딜레마가 숨어있다. 결국 한국농구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가드진의 테크닉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당연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교훈을 다시 한번 도출한 필리핀전이었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