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무엇일까.
'XX야!'. K-리그 클래식 그라운드에 '욕설'논란이 불거졌다. 선수와 코치 사이의 충돌이었다. 하지만 욕설이 오간 것은 분명하지만 정황과 해석을 두고 양측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상황은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현대의 클래식 31라운드 '현대가(家) 더비'에서 발생했다. 0-0으로 맞선 후반 3분, 전북의 외국인 공격수 레오나르도가 울산의 벤치 앞에서 공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울산의 수비수 김영삼이 발을 높이 들어 앞을 막아섰다. 이때 문제가 발생했다.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있던 임종헌 울산 코치와 레오나르도가 욕설을 주고 받았다. 이어 울산의 공격수한재웅이 레오나르도를 밀쳤고, 양팀 선수들의 그라운드로 몰려 나왔다. 다행히 무력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고 경기는 3분만에 재개됐다.
그러나 충돌은 경기 종료 휘슬이 분 이후 다시 발생했다. 조민국 울산 감독과 임종헌 코치가 전북의 벤치를 찾아와 레오나르도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박충균 코치를 비롯한 전북의 코칭스태프가 조 감독과 임 코치를 만류하며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흥분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3라운드는 '진실 공방'이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조 감독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레오나르도가 상대 벤치에 욕을 하는건 심판이 명백히 주의를 줬어야 한다. 벤치에서는 불쾌했다. 심판들도 다 보고 있었다. 상대 선수가 우리 벤치에 욕을 하는데 잘못된게 아니냐. 아무리 외국인선수라지만 그런 얘기를 하면 안된다. 기분이 나쁘고 (우리를) 무시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기가 끝난 뒤 레오나르도에게 사과를 좀 받으려고 했다."
조 감독의 말과 울산 측의 설명에 의하면 상황은 이렇다. 레오나르도가 임종헌 코치에게 한국어로 "개XX야"를 외쳤고 이어 포르투갈어로 같은 뜻에 해당하는 욕설을 했다는 것. 이에 임 코치가 부심에게 "얘는 뭐하는 XX야"라는 말을 하며 충돌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반면 조 감독에 이어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최강희 전북 감독은 다른 얘기를 꺼내 들었다. 레오나르도의 욕설을 전면 부인했다. 최 감독은 "레오나르도가 만약에 의도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다면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선수가 상대 지도자에게 욕을 하는건 나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설명을 듣기 위해 통역과 함께 레오나르도와 직접 얘기를 했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레오나르도는 자신이 등진 상태에서 임 코치가 'XX야'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XX야?'라고 되물었는데 상대 벤치에서 욕을 한걸로 생각한 것 같다고 얘기했다"면서 "울산에서 주장하는 것 같이 레오나르도가 상대편을 무시한것이나 지도자에게 욕한게 아니다. 별일이 아닌데 크게 와전된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사건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 무력 충돌도 없었고, 더이상 욕설도 나오지 않았다. 또 누가 먼저 욕설을 했는지, 진짜 욕설을 했는지도 밝혀지지도 않았다. 프로축구연맹은 "'욕설'을 할 경우 현장에서 카드가 주어진다. 하지만 현장에서 어떠한 카드도 주어지지 않았다. 경기 감독관의 보고서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욕을 할 경우 징계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증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욕설은 사운드(소리)의 문제라 비디오로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두 팀의 충돌에 결말은 없었다. '욕설'과 '진실 공방'만 남긴채 전북과 울산의 클래식 31라운드는 전북의 1대0 승리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움은 진하게 남았다. K-리그 클래식을 대표하는 '현대家' 라이벌전의 치열했던 90분의 대결의 의미가 사소한 충돌로 퇴색됐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맞대결이 남긴 건 두 팀의 자존심 싸움, 그리고 욕설에 대한 '진실' 뿐이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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