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고 조막만한 얼굴에 미소가 예쁜 수비수 임선주는 중학교 1학년 때 축구화를 신은 이후 일편단심 존 테리(첼시)를 롤모델 삼아왔다. "플레이스타일도 좋지만, 팀을 향한 헌신과 희생이 정말 대단하다"고 극찬했다. 여리여리한 외모지만, 멘탈은 누구보다 당차다. 플레이는 누구보다 영리하다. 인천아시안게임 동메달, 여자축구 WK-리그 통합 챔프 2연패의 꿈을 달성한 임선주가 23일 절친 지소연(첼시레이디스), 선배 조소현(현대제철) 심서연(고양 대교)과 나란히 카메라 앞에 섰다. 고작해야 선크림, 비비크림, 화장기없는 '생얼'이 익숙한 여자축구선수들이 오랜만에 '꽃단장'을 했다. 풋풋한 얼굴에 반전 매력이 눈부시게 빛났다. 발랄한 20대, 땀흘린 청춘은 예뻤다.
임선주는 지소연, 김혜리 등과 함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3위를 이끈 '황금세대' 에이스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꿈이 누구보다 절실했다. 지난 5월 베트남아시안컵 호주전 도중 무릎을 다쳤다. 리그에서의 부상도 겹쳤다. 파주NFC에서 선배 심서연과 함께 하루 '3탕'의 웨이트트레이닝, 재활훈련을 이 악물고 견뎌냈다.
Advertisement
승리를 확신했던 북한과의 준결승전, '악몽의 순간'은 그래서 더 뼈아팠다. 선수들은 "북한에 이겨본 적이 없으니까 징크스를 꼭 깨고 싶었다"(임선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조소현) "북한전은 정말 간절했다"(심서연)고 입을 모았다. 정설빈의 무회전 프리킥 선제골은 짜릿했다. 선제골 후 북한이 밀어부치며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내내 체력, 멘탈, 실력에서 '아시아 최강' 북한에 밀리지 않았다. 후반 종료 직전 통한의 역전골은 눈물로 다할 수 없는 아픔이었다. 마지막 공을 놓친 센터백 임선주의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여자들의 의리는 견고했다. 눈물을 펑펑 쏟는 임선주의 손을 꼭 붙잡고 그라운드밖으로 걸어나왔다. 지소연은 "선주가 마음 아플까봐 눈물을 꾹 참았다"고 했다. '캡틴 '조소현은 "모두 선주 탓이 아니라고 말해줬다.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팀플레이어' 임선주는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리플레이 영상을 보고 또보며 내가 대체 왜 그랬을까 자책했다"고 했다. "부상으로 인해 뒤늦게 팀에 합류한 후 팀에 방해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뿐이었다. 팀에 방해가 됐다는 생각에 너무 괴로웠다"고 회상했다. "새벽에 한숨도 못잤다. 감독님께 죄송하다고 문자를 보냈다. '괜찮다.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고 위로 답장을 보내주셨다"고 했다. "다음날 새벽 파주에서 첼시로 떠나는 소연이를 배웅하는 사진 보니 눈이 다 퉁퉁 부어 있더라"고 했다. 그러나 '쿨걸'들은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뭘, 평생 못 잊을 경기 했잖아"라는 지소연의 농담에 '언니' 심서연이 말했다. "괜찮아, 다음에 북한전에서 골 넣고 이기면 다 추억이 될 거야 ."
Advertisement
임선주는 예쁘다. 동료들이 먼저 알아보고, 여자축구 팬들이 먼저 인정한 미인이다. "머리를 길러보라"는 주변의 권유엔 단호하게 고개를 흔든다. 이유는 "머리를 기르면 플레이스타일이 달라질까봐"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머리를 기르면 플레이가 여성스러워질 것 같은 느낌이 있다"고 했다. "커트머리가 편하다. 머리 손질에도 신경써야 하고 이것저것 생각할 게 많아질 수도 있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오직 축구생각뿐이다. 터프하고 강인한 센터백의 모든 것을 갖추기 원한다. 대한민국에서 여자축구선수로 살아가는 일은 녹록지 않다. 몸도 마음도 고단하다. 그럼에도 축구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그냥 좋아서"다. 임선주는 "그냥 축구생각만 난다. 생각나는 게 ,하고 싶은 게 축구, 결국은 축구뿐이더라"고 했다. 예쁜 임선주는 천생 선수다. 기쁨과 좌절을 함께 선물한 2014년 여자축구의 중심에 섰던 '센터백' 임선주의 찬란한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