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올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묻는 질문에 이구동성 "인천아시안게임 북한전"을 말했다. 금메달을 눈앞에 두고 만난 북한과의 준결승은 진한 아쉬움이었다. "북한전은 정말 간절했다"(심서연) "북한에 이겨본 적이 없으니까 징크스를 꼭 깨고 싶었다"(임선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조소현)고 당시를 떠올렸다. 선제골을 넣고 후반 종료 직전 통한의 역전골을 내주며 눈물을 쏟았다. 마지막에 공을 놓친 센터백 임선주의 마음고생이 가장 심했다. 그러나 여자들의 의리는 견고했다. 눈물을 펑펑 쏟는 임선주의 손을 꼭 붙잡고 그라운드밖으로 걸어나왔다. 지소연은 "선주가 마음 아플까봐 눈물을 꾹 참았다"고 했다. 조소현은 "모두 선주탓이 아니라고 말해줬다.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예쁜 그녀들의 별명은?
Advertisement
좋아하는 선수를 물었다. 임선주는 축구를 시작한 중학교 1학년때부터 일편단심 '존 테리'다. "플레이스타일도 좋고, 팀을 향한 헌신도 그렇고 다 좋다"고 했다. 조소현은 "피를로, 제라드"를 외쳤다. "그라운드에서 쿨하고 침착한 스타일, 영리하게 볼을 차는 선수, 단단한 수비력을 지닌 선수가 좋다"고 설명했다. 지소연은 "지단, 그리고 대한민국 박지성 오빠"를 말했다. "축구에 대한 열정, 헌신적이고 희생적이고 멋있다. 공을 못차고 잘차고를 떠나 마인드가 정말 존경스럽다"고 했다. "맨유에서 가가와가 몇경기를 뛰었나. 영국에서 한시즌을 보내면서 박지성, 기성용, 이청용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정말 자랑스럽다"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심서연이 대답을 망설이자 절친들이 소리쳤다. "'차두리'라고 해요!"
Advertisement
대한민국 여자축구는 내년 여름 캐나다여자월드컵(2015년 6월 6일 ~ 7월 5일)에 나선다. 12년만에 출전 티켓을 확보했다. 여자월드컵 이야기를 꺼내자 조소현이 말했다. "12년만에 티켓을 땄는데 왜 이슈가 안되냐고요." 이들에게도 월드컵은 꿈의 무대다. 축구화를 신은 이후 줄곧 간직해온 간절한 꿈이다. 심서연은 "누구나 우승을 꿈꾼다. 우리 역시 출전하는 모든 대회에서 늘 챔피언을 꿈꾼다"고 말했다. 조소현은 "그동안 월드컵 티켓을 따지 못해 그렇지 우리 공격수들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A매치 경험이 적은 것은 아쉽지만 월드컵에선 아시아권에서보다 더 잘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일본, 영국리그를 두루 경험한 8년차 국가대표 지소연은 "큰 무대에서 긴장을 많이 하지 않고, 얼마나 즐길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임선주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우선 1승을 먼저 하는 게 중요하다. 냉정하게! 1승을 하고 나면 그다음은 술술 풀릴 것같다."
지소연이 입을 열었다. "나는 정말 우승했으면 좋겠어. 3년전 일본 고베 아이낙에서 일본이 우승하는 것 봤잖아. 옆에서 보는 기분, 안겪어본 사람은 몰라. 이전까지 일본도 우리랑 비슷했어. 이후 환경이 어마어마하게 달라졌어.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일본은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해. 우리도 할 수 있어."
그녀들에게 축구란?
임선주는 "내게 축구는 삶"이라고 답했다. 심서연은 "축구는 정이다. 미운정 고운정 다 든 사이"라고 했다. 조소현이 맞장구쳤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애인처럼 돈독한 사이다. 인생의 절반을 함께했는데"라며 웃었다. 지소연은 한참을 고민했다. "축구는 '동반자'? 근데 축구는 참 어려워요. 정답이 없는 것같아요"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축구는 지소연!"이라는 말에 활짝 웃었다.
시집가서 딸을 낳으면 축구를 시킬까? 조소현은 "시키고 싶지 않다. 너무 힘든 길인 걸 아니까"라더니 "그래도 좋아하면 시킬 거다. 엄마와 딸이 같은 길을 가는 건 좋은 거니까"라고 답했다. 심서연은 '조건부'였다. "남편이 축구인이라면 시킬 것이다. 우월한 축구유전자를 타고 날 테니까"라며 웃었다. 임선주는 "하고 싶다면 시켜야죠. 하고 싶은 일을 하는게 최고니까"라고 했다. 지소연은 옆에 앉은 어머니 김애리씨를 슬쩍 쳐다봤다. 어려운 환경에 굴하지 않고 딸을 '월드클래스' 에이스로 키워낸 김씨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가 원하시네요. 강하게 키워야죠!"
대한민국에서 여자축구 선수로 산다는 일은 녹록지 않다. 무관심, 편견과 싸워야 한다. WK-리그는 왜 주말이 아닌 월요일에 열리는지, 왜 여자축구 챔피언결정전은 팬들을 외면한 월요일 오후 4시에 열리는지, 왜 여자축구는 입장료가 없는지, 남자들 못잖게 죽어라 뛰어도 왜 억대 연봉은 꿈도 꿀 수 없는지, 왜 여자축구는 아시안게임, 올림픽, 월드컵 출정식을 해주지 않는지, 궁금한 것 천지다. "우리가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딴 걸 모르시는 분들도 많아요" 한다.
무관심에 마냥 섭섭해하기 보다는 "그래서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씩씩한 이 선수들은 가녀린 다리가 스터드에 찍혀 피를 흘리면서도 포기하는 법이 없다.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축구를 죽어도 놓지 못하는 이유는 "그냥 좋아서"다. "그냥 축구생각만 난다 "고 했다. 임선주는 "생각나는 게, 하고 싶은 게 축구, 결국은 축구뿐이더라"고 말했다. 심서연은 "내가 언제까지 축구를 해야 하나. 때려치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막상 휘슬이 울리면 내가 제일 열심히 뛰고 있더라. 왜 그런지 나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지)소연이가 늘 말한다. 황금세대로서, 우리는 월드컵 3번은 나가야 한다고." 심서연의 말에 '캡틴'조소현이 농담했다. "소연아, 그럼 언니 결혼하고, 아기 낳고 다시 돌아와도 돼?" 지소연이 화답했다. "우리 월드컵 3번 나가고 우승할 때까진 아무도 은퇴 못해요. 제 허락없인."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