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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을 묻자 이승엽은 "올해는 매우 만족스러운 시즌이다. 프로선수는 결과로 말한다. 정규리그에서 결과를 냈지만 한국시리즈에선 제몫을 못했다. 하지만 우승을 했기 때문에 너무 기분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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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고, 자신감까지 바닥이었다. 이승엽은 "플레이오프 기간 연습 때는 타격감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열린 마지막 청백전에서 갑자기 밸런스가 무너졌다"면서 "1차전 배팅 연습 때도 안좋아 걱정을 했는데 경기에서도 역시나 안좋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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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했으면 사구에 박수를 쳤을까. 이승엽은 지난 10일에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0-1로 뒤진 8회말 무사 1,2루에서 넥센 히어로즈 조상우의 공에 맞아 출루했다. 공에 맞은 뒤 박수를 치며 기뻐하던 모습에서 절실함을 엿볼 수 있었다. 이승엽도 "진짜 기뻤다"고 당시 심정을 솔직하게 밝혔다. 역시 무너진 타격감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처음에는 기습번트까지 생각했다"고 했다. 안타를 때려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아닌 주자를 진루시킨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러나 초구에 방망이를 휘둘렀고 파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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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은 류중일 감독이 한국시리즈 키플레이어로 지목해 크게 부담이 됐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부담이 커졌지만 다른 선수들의 부담이 덜어졌다면 그것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해 부진했을 때는 은퇴라는 무거운 단어가 떠올랐을 것 같다. 하지만 간결한 타격폼으로 바꾸면서 다시 살아났다. 이승엽은 "스윙 스피드가 떨어졌거나 부상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내 나이에 맞지 않는 폼으로 했던 게 문제였다"며 "이런 폼으로 성적을 내나보니 자신감이 다시 생겼다"고 했다.
고마운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먼저 가족을 꼽았다. "가족들이 내가 야구만 할 수 있도록 스트레스를 안 주고 서로 믿으면서 응원해 준 게 많이 안심이 됐다"고 했다. 아들 둘이 서울에서 학교생활을 하기 때문에 이승엽은 시즌 때면 대구에서 혼자 생활한다. 그는 "방학 때가 아니면 아이들을 매일 볼 수 없어서 더 애틋한 마음과 책임감이 생겼다"고 했다.
아버지 이춘광씨가 보내는 응원의 문자 메시지도 큰 힘이 됐다. 이승엽은 "아버지께서 예전에는 칭찬을 안해주셨는데,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는 많이 해주신다. 아버지께서 '축하한다', '자랑스럽다', '최고다'는 문자를 보내주시는데, 문자 받으면 정말 큰 힘이 생긴다"고 했다.
두번째로 류중일 감독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저를 원하셨기에 돌아올 수 있었다. 야구선수가 유니폼을 입을 때가 제일 행복한 것 아닌가. 고향팀에서 마지막 선수생활을 하고 싶었는데, 감독님께서 도와주셨다. 감독님과 구단에 깊이 감사 드린다"고 했다.
곁에서 도와준 김한수 타격코치도 빼놓을 수 없다. "코치님이 나와 5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예전에는 형-동생으로 지내다가 지금은 코치와 선수가 됐는데 껄끄러운 부분도 많으실텐데도 타격 이론에 대해 많이 조언해주셨다. 대화가 잘 통하다보니까 좋은 결과로 이어진것 같다"고 했다.
이렇게 부활한 이승엽은 앞으로 얼마나 더 활약할 수 있을까. 이승엽은 3년을 생각했다.
"다른 인터뷰에서 2000안타(현재 1704개)가 은퇴시점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 정도까지 3년이 걸린다. 하고싶은데 그만두면 후회가 되고 미련이 남을 것 같다. 내 예상대로 가면 야구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이승엽은 "내 예상대로 하고 그만두면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야구선수로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 때도 올해처럼 좋은 성적을 낸다면? 그는 "진짜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웃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