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개최지 선정 때 불거진 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FIFA는 21일(한국시간) 성명을 통해 윤리위원회 조사관실과 심판관실의 회의 결과를 인정한다며 재검토 의사를 확인했다. 조사관실은 조사 실무를 맡는 곳이며 심판관실은 조사된 사실을 토대로 결론을 내리는 곳이다. 마이클 가르시아 윤리위 수석 조사관과 한스 요아힘 에케르트 심판관실 실장은 전날 스위스 취리히에서 만나 조사보고서를 재검토하기로 의견을 나눴다. FIFA는 감사·준법감시 위원회 위원장이 이들의 업무를 평가하고 관련한 조치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감사·준법감시 위원회도 윤리위처럼 FIFA 본부로부터 활동에 독립권을 보장받는다.
FIFA의 이번 결정은 더 이상 빗발치는 비난 여론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라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당초 FIFA는 2018년, 2022년 월드컵 개최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18개월 동안 조사한 가르시아 조사관으로부터 420쪽짜리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가르시아 조사관은 이 보고서에 70여명에 달하는 의혹 연루자, 참고인들의 진술, 20만 건에 육박하는 서면 자료를 담았다. FIFA는 이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채 러시아,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 비리는 없다고 선언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최근 가르시아 조사관의 보고서를 42쪽으로 압축해 내놓았으나, 오히려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는 더 큰 비판을 받았다. 잉글랜드와 유럽축구연맹(UEFA)을 중심으로 보고서 공개 요구가 거세게 일었으나, 제프 블래터 FIFA회장은 "보고서 등장인물 모두가 공개에 동의하고 명예훼손 등에 대한 법적 대응을 포기하지 않으면 공개가 자체 규정과 스위스 법령을 위반한다"며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FIFA는 최근 가르시아 보고서에 드러난 개인 비리 정황에 대한 수사를 스위스 검찰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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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재검토의 효과는 미지수다. 이미 FIFA가 무혐의 결론을 내리면서 사건을 빠르게 덮고자 한 마당에 재검토가 결국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형식적인 연출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보고서 공개 및 비리 혐의자 처분 등의 수순을 밟는 것 외에는 돌파구가 없는 만큼, 빠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궁극적인 결론인 러시아, 카타르월드컵 개최권 문제까지 접근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