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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는 드라마 '공룡선생(1993)', '느낌(1994)','모래시계(1995)' 등을 통해 청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영화 '태양은 없다'로 청춘 스타로서의 정점을 찍었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시월애(2000)', '인터뷰(2000)', '흑수선(2001)', '오버 더 레인보우(2002)', '오 브라더스(2003)' 등으로 멜로와 코미디,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청춘 스타의 틀에서 벗어나 천의 얼굴을 지닌 진정한 배우로 가열차게 성장해갔다. 몇 년의 휴식기 이후 '하녀(2010)'로 옴므파탈로 재기한 이정재는 '도둑들(2012)', '신세계(2012)', '관상(2013)'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연기력과 흥행성을 겸비한 대체 불가의 대배우로서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개봉을 앞둔 '빅매치(2014)'와 다시 뭉친 최동훈 사단의 '암살(2015)'에선 또 어떤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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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청룡남우조연상을 받고 뒷풀이는 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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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에게 상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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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세 번을 받았다는 것은 대단하다. 아직 한 번도 못 받은 배우가 훨씬 많지 않은가.
-신인남우상을 받고,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남우조연상도 받았는데, 아무래도 더 애착이 가는 상이 있지 않을까.
글쎄. 신인남우상을 받았을 때도 남우주연상을 받았을 때도 지금도 다 감사해서 딱히 애착이 간다고 하긴 어려울 것 같다. 상은 젊을 때나 나이들 때나 감사하다. 하하.
근데 우성씨가 상에 대해서 글쎄. 노미네이트가 같이 되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경쟁이 된다는 것 자체가 영화를 열심히 했단 이야기이고, 그만큼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는 칭찬이 아닐까. 우리 둘 다 '잘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성씨는 상에 연연해하지 않는 듯하다.
-'절친'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정우성은 요즘 미디어데이도 열고, 과거에 비해 좀 편해진 느낌도 든다. 이정재는 미디어가 아직 어려운가.
불편하다는 것은 아닌데, 사실 미디어데이란 말도 영화 '도둑들' 때 처음 들었다. 그때도 김윤석 선배만 나갔다고 하던데, '왜 난 안데리고 갔지?'란 생각해다. 하하. 하지만 솔직히 멍석을 까는 일은 못한다. 내가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은 아직 어렵다.
-배우 이정재의 이야기로 넘어가겠다. 영화 '하녀'부터였을까.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는 느낌이다. 곧 개봉하는 '빅매치'도 코미디 액션 영화의 주인공 아닌가.
열정도 많고, 잘 해내고 싶은 욕망도 있고, 인정받고 싶은 것도 있고, 그보다도 팬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새로운 것을 처음 하게 될 때,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도했을 때 그 작업들을 하다보면 처음부터 욕심이 먼저 나와서 설정이 들어올 때가 있다. 그럴 때 그 작업들을 시도하다가 문제가 생길 때, 그 적용이 맞지 않을 때 난감하다. 그럴 때 처음부터 구조를 잘못짰다고 생각하고, 다시 움직인다. 새로운 것을 하면 그런 위험성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배우라면 그런 부분을 두려워하면 안되지 않나.
-개인적으로 영화 '신세계'의 이정재가 좋았다. 좀 더 험악해지고, 자유롭고 싶어도 발에 수갑이 채워진 듯한 조금은 답답해보일 수도 있는데, 그 연기가 좋더라. 혹시 '신세계' 때도 처음 의도한 생각과 다른 방향이 나갔는가.
굉장히 드라이하게 갔다. 보는 사람들이 황정민이 연기한 정청과 완전히 양극으로 치닫는 인물을 한 화면에 볼 때 재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처음에는 사실 좀 더 건달스럽고, 껄렁껄렁한 이미지로 생각했다. 그러다 리딩을 하는데 황정민 형의 연기를 보고, 노선을 바꿨다. 너무 힘들었다. 경찰인데 깡패 모습을 해야하려면, 진짜 경찰인지, 진짜 깡패인지 헷갈려야 하지 않나. 촬영 들어가기 전에 한 달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그렇게 겪고 보니 촬영 때는 연기할 때 아주아주 미니멀한 지성이 생기더라.
남이 내지 않는 음계를 두드려줘야 하는 것이 앙상블을 내는 것 아닐까. 도둑들이 다들 점잖아서 영화가 무겁더라. 그 속에서 내가 가볍게 움직이니까, 소위 띄우는 역할이다보니 발란스가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관상'에서도 이야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그런 사람 있지않나. 말만 해도 거슬리는 사람. 그래서 품새는 고급스럽지만, 말은 매우 건방져 보이고 거기에 삿대질까지 하는 그런 디테일을 연구했다. 그러면 무서운 척 연기를 하지 않아도 무섭게 보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신세계'에서도 최대한 말을 아끼려고 했고,그게 갈등을 더 차갑게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②편에 계속)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