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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올 시즌 미소를 잃었었다. 외국인 선수 마커스 루이스의 잘못된 선택. 소심했고, 적극성이 부족했다. 외국인 선수 1순위로 점찍은 전 감독은 "감독 생활을 그만큼해도 아직도 멀었나보다. 아직도 외국인 선수 보는 눈이 없으니"라고 넋두리를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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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좋지 않은 전력으로 고군분투했던 KT였다. 지난 시즌에는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항상 토종 빅맨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높이의 약점 때문에 어려운 경기를 계속 치러야 했다. KT는 강한 정신력과 응집력, 그리고 끈끈한 팀워크로 이런 약점들을 메웠다. 그러나 한계가 분명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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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도는 장, 단점이 명확한 선수였다. 스피드만큼은 매우 뛰어났다. 그런데 슛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선천적으로 타고난다는 게임리드도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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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이대로라면 스피드가 인상적이었던 무명의 선수로 묻힐 공산이 컸다.
그런데 18일 오리온스전에서 24점을 폭발시키자, 시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6개의 어시스트와 5개의 스틸을 곁들였다. 한마디로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에이스로 성장하기 시작했다는 의미.
자신감이 곁들여지자, 그는 연쇄적으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23일 KCC전 27득점, 26일 오리온스전 24득점을 올렸다.
그의 맹활약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다. 자세히 보면 그의 슛 메커니즘이 나쁜 것은 아니다. 전 감독은 "슛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슛 쏘기 직전의 스텝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 부분을 김승기 코치와 맞춤형 연습으로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슛을 쏘기위한 예비동작이 빨라졌다. 상대 수비수의 블록슛 타이밍을 뺏으며 여유있게 슛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의 기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의미다. 슛이 장착되자 그의 주특기인 빠른 드리블과 불규칙 스텝, 그리고 과감한 돌파는 더욱 더 빛나기 시작했다.
기량이 연쇄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뭘까. 혹자는 '신이 주신 가장 큰 재능은 성실함'이라고 한다. 끈임없는 노력을 할 수 있는 근성과 끈기가 가장 큰 축복이라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도는 엄청난 축복을 받았다. 한마디로 연습벌레였다.
전 감독은 "그는 빠른 발과 함께 수비가 뛰어나다. 체력은 정말 대단하다"며 "그럴 수 있는 원동력은 훈련량 자체가 매우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맹활약이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 또 하나, 이재도의 맹활약이 팀에 엄청난 플러스 요인을 가져다 주는 이유다. 수비가 강한 이재도 때문에 전 감독은 전태풍을 슈팅가드로 돌릴 수 있다. 그동안 포인트가드로서 전태풍은 체력적 약점이 있었다. 공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많은 체력소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재도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강철체력이다. 게다가 뛰어난 스텝으로 수비력이 매우 좋다. 전태풍의 수비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전 감독은 "상대팀에 따라 강한 공격력을 가진 선수를 이재도가 막고, 전태풍이 나머지 가드를 막는 유연한 전술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KT는 조성민이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재도의 역할은 축소되지 않는다. 조성민의 코트 적응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고, 전태풍의 체력조절은 항상 필요한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이재도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직 이재도는 모자란 부분이 있다. 전 감독은 "냉정하게 말하면 이재도에게 세밀하게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일부러 지적하지 않고 있다. 지금의 상승세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경기를 보면 아직도 이재도는 전체적인 게임리드나 순간적인 판단미스가 있다. 하지만 그의 강한 정신력이라면 충분히 극복가능한 문제다.
실제 프로농구판에서 선수들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노력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한국농구의 슬픈 자화상이다. 체계적인 지도 시스템도 문제지만, 국내 선수들의 테크닉과 파워가 뒤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제 선수들이 제대로 된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하나의 치명적인 약점만 고치면 기량이 성장할 수 있는 스타급 선수들이 많다.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올 시즌 이승현의 슈팅능력 업그레이드, 이재도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인한 아킬레스건의 치유는 시사하는 점이 많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