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스케줄표를 보면 생뚱맞은 일정이 하나 눈에 띈다.
바로 산책이다.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산책 후 조식' 이라는 일정이 뚜렷하게 적혀있다. 다른 팀 스케줄에선 잘 볼 수 없는 일. 그냥 조식이라고 돼 있어나 그냥 훈련에 대한 일정만 적혀있는 게 대부분이다.
산책 시간엔 레오팔레스리조트의 호텔에 있는 작은 호수를 한바퀴 도는 정도다.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대부분이 산책을 하고 조식을 먹는다.
왜 굳이 산책을 일정표에 넣었을까.
선수들에게 아침식사를 하게 하려는 코칭스태프의 꾀다. 선수들은 대부분 아침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시즌 때는 밤 늦게 취침을 해 오전 늦게 일어나는 생활이 익숙해져 있어 오전부터 이뤄지는 전지훈련 스케줄에 따르는게 쉽지 않다. 스케줄표에 그냥 조식만 써있다면 선수들이 예전 습관처럼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오전부터 훈련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훈련을 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 선수들이 힘을 내지 못해 훈련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을 수 있는 것. 특히 1월의 괌은 최저기온이 섭씨 20도 이상이고 낮에는 30도까지 오르는 더운 날씨다. 체력이 필수고 아침식사를 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다.
선수들에게 산책을 해야한다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산책하고 식사하라"고 말로 하기보다는 공식적인 스케줄표에 넣는 것이 효과적인 것.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고 식사를 해야한다고 생각을 가지면 당연히 잠을 일찍 청하게 된다.
다행인 것은 고참들부터 모두 이 스케줄을 다 따른다는 점이다. 베테랑들이 식사를 거르고 나오거나 하면 아무래도 전체적인 조직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 하지만 삼성 선수들은 불혹의 나이가 된 이승엽 임창용부터 신인 선수들까지 모두가 일찍 일어나 천천히 호숫가를 걸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선수들이 건강하고 활기차게 훈련을 할 수있도록한 작은 배려가 눈에 띄는 아침 산책 시간이다.
괌=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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