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우리 팀에 오지마." (동생 박선주)
"더 열심히 뛰어봐." (형 박선용)
같은 유니폼을 입고 나란히 좌우 측면수비수로 선발출전하는 꿈을 가진 축구 형제가 있다. 바로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포항 스틸러스의 박선용(25) 박선주(22)가 그 주인공이다. 전남에서 뛰던 박선용이 올 시즌을 앞두고 황선홍 포항 감독의 부름을 받고 이적했다. 그의 동생 박선주는 2013년 자유 계약 우선 지명을 통해 포항 유니폼을 입었다. 3살 터울인 두 선수는 축구화를 신고나서 처음으로 한솥밥을 먹는다.
▶서로 다른 성장기
두 선수의 아버지는 해남중학교에서 오랫동안 축구부를 지도해 온 박기동 전 감독이다. 박선용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축구계에 몸담았다. 어린 시절부터 축구장에서 살았던 박선용은 자연스럽게 축구화를 신었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정식으로 축구부에 가입했다. 동생은 축구와 거리가 멀었다. 박선주는 "어린 시절 형이 아버지께 엄하게 혼나는 모습을 보고 '절대 축구는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하지만 피는 속일 수 없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황선홍 감독의 골 장면은 본 박선주는 축구의 매력에 매료, 형과 같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에 발을 들여놨다.
그런데 두 선수의 성장기는 전혀 달랐다. 형은 성실함의 '표본'이었고, 반면 박선주는 '뺀질이(?)'로 찍혔다. 박선주는 "형은 휴가 중에도 집에 오면 아침부터 구보로 등산할 정도"라며 "늦잠자고 일어나면 나는 게으름뱅이가 돼 있었다"고 눈을 흘겼다. 그래서인가. 대학시절 큰 사건이 있었다. 호남대 4학년인 박선용과 연세대 1학년인 박선주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라운드에서 격돌한 것. 박선주는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꼭 형을 이기고 싶었다. 그런데 형에게 완전히 당했다. 거의 농락 수준이었다"며 "너무 흥분해서 경기 도중에 형 무릎을 발로 찼다. 그때 부모님도 보고 계셨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승부차기에서 이기긴 했지만, 경기력 정신력 매너에서 완전히 패했다"고 형을 바라봤다. 박선용은 "당시 준결승전이었는데, 동생이 경고 누적으로 결승전 못 뛸까봐 걱정했다. 근데 다른 반칙으로 결국 경고 누적을 당했다. 바보다"고 웃었다.
▶의기투합
박선주는 "형이 우리 팀에 오면 또 비교 당할까봐 오지 말라고 했다"고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도 "형이 오니깐 너무 좋다. 사실 같은 포지션이라 옆에서 조언도 많이 해주고,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다. 의지가 된다"고 전했다. 형은 "동생에게 '내가 가니깐 각오해라'고 했다. 좀 이른 시점에서 한 팀에서 뛰는 생각도 했지만, 새롭게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며 "우리는 이제 직업인 축구선수다. 사회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동생이랑 함께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 장단점도 짚어 줄 수 있다. 의지가 된다"고 설명했다. 박선주는 "형이랑 한 팀에서 뛰니깐 아버지가 정말 좋아하시더라.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신다. 그러면서도 나에게는 '형 따라다니면서 더 열심히해라'고 하시더라"고 껄껄 웃었다.
▶주전경쟁부터
포항은 올 시즌을 앞두고 신광훈과 박희철이 군에 입대했다. 측면에 공백이 생겼다. 박선용·선주 형제는 이들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특히 박선주는 김대호와의 주전 경쟁도 펼쳐야 한다. 박선용은 "내가 포항에 합류했다고 해서 군에 입대한 두 형의 공백을 한 번에 메울 수는 없다. 부담감도 있다. 그래서 욕심부리면 탈이 나기 마련"이라며 "꾸준히 차곡차곡 내 역할에 충실하면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박선주 역시 "이제 3년 차다.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고, 대호 형보다 경험이나 실력 면에서 부족하다"며 "형 말처럼 감독님이 원하시는 플레이에 집중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형이 우리 팀에 오면서 서로 분석도 해주고, 보완점도 공유한다. 자신감이 생겼다"고 전했다.
▶형제 선수의 '윈윈'
한국에도 이들 외에도 형제 선수가 많다. 하지만 형제 선수가 동시에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들의 큰 '꿈'도 바로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 형제는 "우리 형제가 항상 꿈꾸는 것이 있다. 바로 같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함께 선발 출전하는 것"이라며 "형제 선수가 모두 잘하는 경우는 드물다고들 하시더라. 그 소리를 듣지 않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선 포항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 선발 출전의 기회를 맞았다. 그 기회를 잡는 것은 이제 형제의 몫이다. 그들이 꿈을 하나씩 이뤄갈지 시선이 모이고 있다. 안탈리아(터키)=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