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김주성은 타고난 수비수다.
13시즌 동안 경기당 평균 15.1득점. 시즌을 치를수록 미드 레인지 점프슛의 능력을 향상시켰다. 하지만 골밑에서 그가 쓸 수 있는 공격루트는 많지 않았다.
2m5, 92kg. 매우 말랐다. 뛰어난 운동능력과 순발력으로 속공과 블록에 일가견이 있다. 하지만 센터로서 골밑 몸싸움에는 어쩔 수 없이 취약하다.
그는 뛰어난 수비센스와 순발력으로 내외곽 디펜스가 모두 가능한 빅맨이다. 수비와 리바운드에 집중하고 걸출한 속공능력으로 팀에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높은 빅맨이다.
김주성은 자신에 대해 항상 "나는 수비형 센터"라고 했다.
3점슛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SK전에서 3점슛 2방을 터뜨렸다. 그리고 10일 정규리그 1위 모비스전에서 경기종료 3분1초를 남기고 승부를 결정짓는 3점포를 터뜨렸다. 경기내내 한 차례의 3점슛 시도조차 없었던 김주성의 '뜬금포'로 잘 버티던 모비스는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최근 김주성의 3점슛 때문에 서장훈과 비교를 하기도 한다. 뛰어난 슈팅력을 지닌 서장훈은 정확한 3점슛으로 유명했다. 2009년 3월8일 오리온스전에서는 5개의 3점포를 몰아넣기도 했다. 하지만 김주성은 "서장훈 선배는 슈팅능력에서 나와 클래스가 다른 분"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김주성은 "그냥 운이 좋았다. 3점슛을 던지는 순간 길어보였는데, 정확히 들어가서 나도 놀랐다"며 "내 본분은 골밑을 지키는 것이다. 3점슛은 어쩔 수 없이 던진 것"이라고 '3점슛에 대한 마지노선'을 철저하게 깔았다.
실제 골밑에 집중해야 할 빅맨이 3점슛을 빈번하게 던지는 것은 팀 밸런스에 그리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외곽의 팀동료들에게 자칫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현대 농구는 나날이 수비가 발전한다. 대인방어 능력이 계속적으로 발전하고, 기습적인 더블팀 등 팀 디펜스 역시 마찬가지다. 때문에 공간에 대한 싸움이 현대 농구의 공격에서 핵심이다. 스크린을 이용해 공간을 창출하고, 오픈 슛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때문에 NBA에서 나온 트렌드 중 하나는 '스트레치 4(외곽으로 나와서 정확한 3점슛을 쏠 수 있는 파워포워드를 일컫는 말)'다. 빅맨의 활동반경을 외곽까지 넓혀서 상대 수비를 교란하고, 골밑의 공간을 열어주는 전략적 의미가 있다.
김주성은 3점슛을 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시간이 쫓길 때 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가드가 스크린을 받고 외곽으로 드리블을 하면 오픈 찬스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 내 경우 스크린을 서는 척 하면서 빠지면 의외로 쉽게 3점슛 찬스가 나기도 한다"고 했다. 김주성이 3점슛을 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결국 빅맨의 본분인 골밑에 대한 강조를 하면서도, 실전에서 3점슛을 쏠 수 밖에 없었던 김주성. 베테랑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