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시즌 동안 스타플레이어 출신 야구인들이 대거 방송가로 진출했다. 지난해 현역에서 은퇴한 김선우 안치용을 비롯해 한화 이글스 코치에서 물러난 송진우 이종범 정민철이 각각 해설위원으로 변신했다.
시즌 준비가 바쁜 것이 선수들 못지 않다. 그라운드에서 조금은 벗어난 제2의 인생. 지금은 취재와 인터뷰, 방송 해설이라는 낯선 일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다. KBS N 스포츠의 송진우, 안치용 해설위원이 13일 SK 와이번스 전훈지인 일본 오키나와 캠프 구시가와 구장을 찾았다. 이들은 SK를 비롯해 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 LG 트윈스 등을 취재하기 위해 4일전 오키나와로 출장을 왔다. 하루하루가 바쁠 수 밖에 없다. 한때 동료였고, 선후배, 스승과 제자 사이였던 이들과 다시 만나 감회도 새롭다. 그라운드를 떠난 지 얼마 안된 '덕분'에 후배들에게 원포인트 레슨까지 해주며 현장을 즐기고 있다.
송 위원은 "해설을 하게 됐는데, 선수나 코치 때보다 훨씬 힘들다. 다른 것은 몰라도 내가 사투리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고치는 게 가장 힘들다"며 멋쩍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송 위원은 현역 시절 한화에서만 21년을 보냈고, 은퇴 후에는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방송의 입장에서 보면 분석의 대상에서 분석의 주체가 된 것이다. 송 위원은 "해설을 하기로 마음먹고 말투나 억양 같은 것도 연습을 많이 한다. 지금은 캠프를 다니면서 감독, 선수들과 인터뷰를 하는데, 대본에 씌여져 있는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해본 적이 없는 일이기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송 위원에게 당장 떨어진 숙제가 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을 16일 만나기로 했다.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한화는 15일 일본 고치 캠프를 마치고 이곳 오키나와로 이동했다. 송 위원은 "처음 인터뷰를 해 보는 것이다. 김 감독님하고는 한 번도 같은 팀에 있어본 적이 없다. 한일슈퍼게임때 대표팀에서 뵌 적이 있는데, 감독님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 지 모르겠다"며 "물론 질문거리와 주제는 방송사에서 정해주지만 말은 내가 풀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송 위원의 강점은 풍부한 현장 경험이다. 분석과 지적에 대해서는 솔직한 의견을 내보일 생각이다. 송 위원은 "언론과 방송에서 쓰는 용어는 따로 있어 그거 익히는 것도 쉽지 않다. 한화에만 있어서 그런지 예를 들어 한화를 우리팀이라고 하면 큰일 난다"며 "방송사에서는 편하게 하라고 한다. 나도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편하게 풀어갈 생각이다. 첫 경기 중계를 해보면 감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안치용 위원은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은퇴를 했다. 지난해 6월 은퇴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시즌이 끝난 뒤 구단에 의사를 전달하려 했다. 그런데 김용희 감독이 부임하면서 마무리 캠프까지 다녀왔다. 선수들을 아우르고 팀분위기를 만들 리더로 김 감독은 안치용을 꼽은 것이다. 하지만 안치용은 '더이상은 힘들다'고 생각을 굳히고 은퇴를 최종 결심했다.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KBS N 스포츠에서 연락이 왔다. 대부분 선수들은 은퇴 후 현역 시절을 그리워한다. 치고, 달리고, 던지는 선수들을 보면 몸이 근질근질해지기 마련이다.
안 위원도 마찬가지일 듯 싶었다. 현역 시절 LG와 SK 유니폼을 입었던 안 위원은 주전으로 뛴 적이 몇 시즌 안된다. 미련이 남을 법도 하다. 하지만 안 위원은 "솔직히 저곳으로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크게 없다. 말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나한테 딱 맞는 일인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 13일에는 김용희 감독과 한 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했다. 안 위원의 인터뷰 진행 솜씨를 본 송 위원은 "너무 잘 하더라. 능수능란했다"며 부러운 시선을 보냈다. 안 위원은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는데, 대본대로 진행을 하면서 내 스타일대로 편하게 재미있게 한 것 같다. 나중에 한 번 보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들 신입 해설위원들은 오키나와 취재를 마치면 가고시마로 이동해 kt 위즈 선수들을 만나볼 예정이다. 또 다른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전설'들의 재치있고 냉철한 입담이 기대된다. 오키나와=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