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이 기대됩니다."
창원 LG 김 진 감독의 칭찬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단순히 "잘한다" 정도가 아니라, 어떤 위치에서 무엇을 잘 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발전을 기대하는 지에 이르기까지. 승장 인터뷰의 상당 시간을 들여 한 선수에 대한 평가를 이어나갔다. 그는 바로 LG 상승세의 숨은 주역, '제3의 칼' 유병훈(25)이다.
LG가 22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SK와의 홈경기에서 86대79로 승리했다. 1쿼터는 22-23으로 1점 뒤졌지만, 2쿼터에 전세를 완전히 뒤집어 승기를 잡았다. 제퍼슨이 13점을 기록했고, 유병훈과 문태종이 3점포 3개를 합작하면서 무려 28점을 넣었다. SK는 14점에 그쳤다. 이렇게 LG가 전반을 50-37로 앞선 덕분에 3, 4쿼터에 이어진 SK의 끈질긴 추격을 물리칠 수 있었다. 이날 승리로 LG는 3연승을 거두며 오리온스와 공동 4위가 됐다.
이날 표면적인 LG 승리의 힘은 팀의 간판인 데이본 제퍼슨과 문태종의 맹활약이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퍼슨은 22득점 11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고, 문태종 역시 4쿼터에만 10점을 넣는 등 23득점으로 팀내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퍼슨과 문태종 외에 또 다른 선수의 활약이 금세 눈에 들어온다. 바로 가드 유병훈이다. 이날 유병훈은 38분1초 동안 코트를 누볐다. 팀내에서 가장 긴 출전시간. 그러면서 15득점에 8어시스트를 했다. 알토란같은 활약이다.
더구나 팀의 간판가드인 김시래가 종아리 부상으로 코트에 나오지 못하는 상황. 유병훈은 평소의 주 포지션인 슈팅가드에서 리딩가드로 변신해야 했다. 이 까다로운 미션을 훌륭히 소화했고, 결국 팀 승리를 이끈 것이다.
이런 유병훈의 활약은 상대팀 SK의 문경은 감독 역시 인정하고 있다. 문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제퍼슨을 막는 게 수비의 핵심 목표였지만, 어차피 제퍼슨이나 문태종에게는 어느 정도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유병훈 등 다른 선수들은 막았어야 했다. 이들에게 득점을 허용한 게 뼈아팠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유병훈의 활약이 돋보였다는 뜻.
이날 유병훈은 전 쿼터에 걸쳐 고른 활약을 했다. 특히나 4쿼터 중반 SK가 추격해오자 종료 4분36초전 상대의 기를 꺾는 깨끗한 3점포로 림을 가르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4쿼터에만 3점슛 1개를 포함해 5득점, 1어시스트, 1리바운드, 1가로채기로 쏠쏠한 활약을 했다.
승리 수훈 선수로 뽑힌 유병훈은 "시즌 초반에는 팀 분위기가 안좋아 소극적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공격이나 수비에서 움직임이 더 적극적이 되는 것 같다"면서 "2번(슈팅가드) 포지션이 편하기도 하지만, 1번(리딩가드) 역할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 말하자면 1.5번 포지션이 가장 좋다"며 승리의 기분을 만끽했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