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결정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대게 나 자신이다.'
일본 미야지카기에서 가고시마로 옮겨 2차 스프링캠프를 차린 kt 위즈. 올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참가하기에 시즌 전 스프링캠프 훈련시간이 정말 소중하다. 그리고 이 소중한 시간을 허투로 쓰지 말자는 선수단의 의지가 느껴지는 kt만의 작은 문화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이 눈을 뜨자마자 먼저 확인하는 것은 훈련 스케줄표.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날 정도로 빡빡한 훈련 스케줄에 선수들은 '멘붕'이 되다가도 가장 마지막줄 동료들이 전하는 메시지에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kt는 훈련 스케줄표 가장 하단에 조그만 공간을 마련했다. 하루에 선수 2명씩, 자신의 좌우명을 동료들에게 소개한다. 고참, 신인 가릴 것 없다. 운동 전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멋진 글귀로 자신도, 그리고 동료들도 가슴속 뭉클함을 가지고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다.
야수조 최고참 장성호는 최근 '내 결정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대게 나 자신이다. 내가 내리는 결정은 내 믿음을 드러낸다'라는 메시지를 선수단에 전달했다. 그 옆에는 3년차 신예 투수 심재민이 "강물은 아는 것 같다. 전혀 서두를 필요 없다는 것을...언젠가 때가 되면 도착하는 것을..."이라는 심오한 글귀를 적어냈다. 몸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야구는 결국 멘탈 스포츠. 프로 선수로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문구들이다.
이 아이디어는 kt 조범현 감독이 냈다. 누구나 자주 보는 훈련 스케줄표까지도 정신 훈련 도구로 진화시켰다. 선수들은 동료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메시지를 전달할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한다는 후문이다. 그러면서 야구에 대해 더욱 진지한 생각을 갖게 되는 플러스 효과가 나타난다.
조 감독은 올시즌 시무식에서 사자성어 '중석몰촉'을 강조했다. 화살이 바위에 꽂혔다라는 뜻이다. 정신을 집중하면 놀랄 만한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막내 kt 선수단이 꼭 새겨야 하는 말을 조 감독이 딱 꺼내들었다. 과연 이번 스프링캠프 kt 선수단 최고 철학자는 누가 될까.
가고시마(일본)=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