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오랜기간 흠모했던 손연재를 향해 사랑의 총알을 날렸고, 소녀는 수줍은 표정으로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었다. '세계 5강' 한국스포츠를 이끈 레전드들 앞에서 펼쳐진 남녀 새내기들의 애교에 웃음꽃이 피었다.
생애 단 한번 뿐인 신인상의 영광은 '신동' 김청용(18·흥덕고)과 '괴물' 최민정(17·서현고)이 차지했다.
'사격영웅' 진종오(36)와 이대명(27)을 보며 꿈을 키웠던 김청용은 이제 대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김청용은 지난해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남자 10m 공기권총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가대표가 된 후 1년 만에 18년 선배이자 세계기록 보유자인 진종오, 9년 선배 이대명을 제쳤다. 김청용은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승승장구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하던 중 어머니와 함께 시상식을 찾은 김청용은 "운동복 밖에 없어서 누나가 사준 옷을 입고 왔다"며 웃었다. 특히 팬이었던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와 한 테이블에 앉아 얘기를 나눴다며 싱글벙글이었다.
2014~2015 시즌 첫 성인대표팀에 발탁된 최민정은 시니어 첫해부터 눈부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 1500m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한 최민정은 이후 4차 대회까지 5개의 금메달을 거머쥐며 '원조 괴물' 심석희(18)에 이은 새로운 '괴물'로 떠올랐다. 최민정은 "생각지도 못한 상을 받아서 기분이 좋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월드컵 5차 대회에서 부상하며 주춤한 최민정은 3월 세계선수권대회를 목표로 현재 재활치료 중이다. 최민정은 "코카콜라체육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선배들이 대선수가 된 것을 알고 있다. 나도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었다.
코카콜라체육대상은 신예 스포츠 스타들의 등용문이다. '아테네 탁구영웅' 유승민이 1997년, '피겨여왕' 김연아는 2005년, '마린보이' 박태환은 2006년에 신인상을 받은 후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성장해 최우수상까지 받았다. 김청용과 최민정은 이들의 뒤를 이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김청용은 주종목인 10m 공기권총 뿐만 아니라 새롭게 시작한 50m 권총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민정은 국제무대에 처음 등장한 신예답지 않은 화려한 테크닉으로 중장거리에서 탁월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새롭게 역사를 쓸 김청용과 최민정의 이름을 주목해보자.
민창기, 박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