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들어가 있어."
한화 이글스 선수단 일부가 또 조기 귀국했다. 차세대 포수 정범모와 이번 캠프에서 공격력 극대화를 위해 외야수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박노민. 정범모는 25일, 박노민은 26일 오키나와에서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캠프 종료가 불과 5~6일 남은 시점. 이들은 왜 갑작스럽게 귀국하게 됐을까. 어딘가 큰 부상이라도 생긴 것일까. 아니면 김성근 감독의 훈련을 따라오지 못한 것일까.
실상은 두 가지 모두 아니다. 이들은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김 감독의 눈 밖에 나지도 않았다. 각각 오른쪽 주관절 내측 통증(정범모)과 왼쪽 손목 통증(박노민)이 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리 며칠 일찍 들어가서 다시 몸상태를 끌어올리라는 의미가 담겼다. '휴식'을 위한 조기 귀국인 셈이다.
이는 한화의 남은 캠프 일정과 훈련 계획을 고려한 김 감독의 결정사항. 지난 25일, 캠프 마지막 휴식일을 보낸 한화는 26일부터 귀국일인 3월3일 이전까지 단 5일의 훈련일이 남았다. 이 기간에 한화는 28일까지는 팀 훈련을 진행하고, 3월1일과 2일에는 각각 LG, 넥센과 연습경기를 치른다. '3일 훈련-2일 게임'의 훈련 스케줄이다.
이런 일정을 감안해서 내린 결정. 박노민과 정범모는 현재 극도로 지친 상태다. 큰 부상은 없지만,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 40일을 넘긴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있는 힘을 다 짜내어 훈련을 소화한 결과다. 특히 이 두 선수는 김 감독이 캠프에서 상당히 공을 들인 선수들이다. 일단 정범모는 거의 모든 연습 경기에서 포수 마스크를 썼다. 주전 포수인 조인성이 고치 1차 캠프 막판 등근육 담 증세로 컨디션 난조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정범모가 많은 기회를 얻었다.
오키나와에 넘어와 치른 연습경기 때는 24일 야쿠르트전 이전까지 대부분 정범모가 선발 포수였다. 정범모의 손바닥은 온통 물집과 굳은살 투성이다. 온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볼배합이 어렵다. 경기를 마치면 계속 감독님께 여쭤본다"며 투지를 불태웠었다. 그러던 와중에 조인성의 부상이 완전히 회복됐다. 때문에 조인성 역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24일 경기에 주전 포수로 조인성이 나선건 이런 이유 때문. 자연스럽게 정범모에게는 휴식을 주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정범모는 25일 먼저 귀국했다.
박노민도 비슷한 경우다. 이번 캠프에서 김 감독은 박노민의 타격 능력에 크게 주목했다. 포수로서는 냉정히 말해 조인성-정범모에 비해 기량이 부족한 게 사실. 하지만 타격 능력 하나만큼은 쉽게 버릴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그래서 고치 캠프 초반부터 외야수 수업을 받도록 했다. 포수 마스크를 쓰는 횟수보다 외야에 나가 펑고를 받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그 이상의 시간을 타격 연습에 할애했다. 잠재력은 금세 드러났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치른 연습경기에서 홈런을 곧잘 치며 '거포'로서의 가능성을 내보인 것이다. 그런 와중에 박노민 역시 쉴 새없이 경기를 하고, 연습을 했다. 손목 통증은 그 과정에 생긴 훈장이다.
어쨌든 이제 검증할 것은 대충 마무리 됐다. 김 감독은 남은 훈련 기간을 '복습의 시간'으로 활용할 참이다. 이 복습 과정에서 정범모와 박노민은 일단 열외다. 몸과 마음을 푹 쉬면서 스스로 캠프에서 얻은 것들을 점검해보라는 의미가 담겼다. 이 또한 캠프에서의 훈련만큼 중요하다. 정범모와 박노민의 스프링캠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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