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두산. 그들의 숙소 라그제 호텔에서 만난 김재호의 얼굴은 여전히 헬쓱했다. 그런데 몸을 보면 확실히 달랐다.
두산 김재호가 달라졌다. 벌크업을 했다. 몸만 보면 예전의 김재호로 생각할 수 없다. 그는 무려 8kg이나 몸무게를 불렸다.
김재호는 뛰어난 수비력을 자랑한다. 전형적인 똑딱이 타자지만, 날카로운 스윙도 가지고 있다. 올 시즌 그는 변신했다. 이유가 있다.
―일단 몸무게를 불렸다. 왜 그랬는 지 궁금하다.
▶이제 수비만 잘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공격을 잘하기 위해 몸무게를 불렸다.
―몸무게와 공격력은 구체적으로 어떤 상관이 있나.
▶그동안 수비에만 신경을 많이 썼다. 지난해부터 공격을 신경썼는데 문제는 너무 단타 위주로 스윙을 했다. 그러자 안타가 될 타구가 상대 수비 시프트에 잡히더라. 그래서 타구의 비거리를 늘리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지난 오릭스와의 연습경기에서 펜스 중앙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때렸는데. 파워가 늘었다는 게 느껴지나.
▶ 잘 맞기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다. 미국 애리조나까지만 해도 예전 폼으로 치다가 일본에 와서 타격 폼을 바꿨다. 그 과정에서 타이밍 잡는데 문제가 있었는데, 이제 맞기 시작한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타이밍을 잡아놓고 큰 스윙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에, 꾸준히 잘 하는 게 중요하다.
―벌크업 과정이 궁금하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몸무게를 불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무리 캠프를 갔다와서 12월 달에 좋은 것만 챙겨 먹었다. 식비만 한 달에 300만원 이상 나갔다. 먹고, 웨이트하고, 보충제 먹고 그렇게 4~5끼씩을 먹었다.
―구체적으로 몸무게와 체지방은 어떻게 변했나.
▶77~78kg 정도가 정상 몸무게인데, 현재 85kg 정도다. 체지방은 9% 정도였는데, 11%로 약간 늘었다.
―갑작스러운 벌크업 때문에 부작용도 있을 것 같은데.
▶일단 배가 나오려고 한다. 때문에 복근운동을 하루 200~300개 정도 한다. 너무 많이 하면 몸무게가 빠지는 부작용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유연성이 많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펑고를 받는데 양쪽 폭으로 이동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계속 하다보면 하체의 힘이 붙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따라갈 수 있다. 순발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부분인데, 지금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 공 던지는 것도 버거운데, 반복적으로 하다보니까 내 팔로 가는 느낌이 있었다.
―방망이를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인가.
▶감이 너무 좋다. 예전에는 버거운 느낌이 강했다. 방망이를 들면 '무겁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가볍다. 자신감이 생긴다'라는 느낌이 든다.
―급격한 변화이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들 수 있는데.
▶일단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가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계속 그렇게 갈 것이다. 안된다고 바꾸면 원래대로 돌아간다.
―왼 손바닥에 물집이 잡혔는데.(김재호의 왼 손바닥에 최근 생긴 것으로 보이는 커다란 물집과 굳은 살이 있었다. 5cm 정도 됐다.)
▶배트를 길게 잡고 있다. 거기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김태형 감독님이 "너 스윙을 하라"고 주문하신다. 프로에 갓 들어왔을 때 코치님이셨다. 고교 졸업 직후 당시에는 스윙에 매우 컸었다. 김 감독님은 "너는 짧게 치는 스타일이 아니다. 크게 쳐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이제부터는 적극적으로 치는 스타일로 바뀔 것 같다. 볼넷은 좀 줄어들 수 있을 것 같다. 미야자키(일본)=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