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에 꾀짜 투수가 나타났다. 신생팀으로 팬들에게 큰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괴짜 투수 주인공은 외국인 투수 앤디 시스코다. 일단 외모부터 확 튄다. 키가 무려 2m8이다. kt 조범현 감독은 "조금 보다가 안되면 농구장으로 보낼 것"이라는 농담을 하며 웃는다. 여기에 훈련 중 항상 '배바지'를 입는다. 엄청난 롱다리에 깡마른 선수가 상의를 바지 안에 넣고 배까지 바지를 끌어올려 입으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야구에서는 더 웃긴다. 단체 훈련을 하는데 구장 저쪽 구석에 혼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무게가 꽤 나갈 법한 큰 공을 쥐고 무릎을 꿇는다. 펜스를 뒤에 두고 무자비할 정도로 백스윙을 하며 큰 공을 펜스쪽으로 던져버린다. 이 훈련을 앞, 뒤로 엄청나게 한다. 조 감독은 "저러다 팔 빠질 것 같다. 저런 훈련은 처음 본다. 그런데 본인은 저 훈련으로 어깨 근력을 강화해왔다고 하더라. 본인 만의 방법이라니 일단은 지켜봐야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심지어는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2군과의 경기 선발로 내정이 돼있는데, 경기 등판을 앞두고도 그 공을 챙겨가 일본 선수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엄청난 훈련을 선보이더니 곧바로 마운드에 올라 4이닝 무실점 투구를 했다.
수비 훈련에서도 '구멍'이다. 키가 워낙 크다보니 땅볼 타구 처리가 어색하다. 공을 잡고 3루에 송구하는 훈련인데 넘어질 듯한 자세로 '홈런 송구'를 해버린다.
그렇다고 시스코를 만만히 봤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강점도 많은 투수다. 일단 가장 중요한 건 자세. 매사 적극적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지난해 kt에 합류해 퓨처스리그에서 공을 던졌다. 스프링캠프에 제 발로 찾아와 테스트를 신청했다. 지난 시즌은 사실상의 생존 테스트였다. 이를 가까스로 통과하고 1군에서도 던질 기회를 얻었다. '헝그리 정신'이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구위. 아직 시범경기도 치르지 않았는데 직구 최고구속이 145㎞에 달한다. 좌완 투수로서 쓸만한 강속구다. 여기에 한국타자들이 보기에 정말 생소한 스타일이다. 사이드암은 아닌데, 그렇다고 오버핸드스로도 아니다. 약간 옆으로 공이 돌아나오는 식이다. 다리도 길고 팔도 길어 좌타자가 볼 때는 변화구가 아니어도 등 뒤에서 공이 나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직구를 봤다가 높은 타점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보면 딱 속기 좋다. 히든카드는 제구다. 제구가 좋아서? 그게 아니다. 제구가 약간 불안하다. 높은 타점, 그리고 약간은 엉성한 폼에서 나오는 강속구가 이쪽저쪽 날아든다면 타자들의 밸런스가 의도치 않게 흐트러질 수 있다.
kt 관계자는 "여러모로 어설퍼 보인다. 하지만 정말 영리한 스타일이다. 자신만의 확실한 야구 철학이 있다"라고 말하며 "시스코가 가진 비밀 무기가 하나 더 있다. 이 것은 아직 공개할 수 없다. 시즌 개막 후 시스코가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힌트는 특정 타석 상대 비법이라고 했다.
시스코의 연봉은 32만달러로 올시즌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싼 몸값에 속한다. 하지만 꼴찌의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모 아니면 도'라는 말을 시스코가 보여줄 것 같은 예감이다. 성적을 떠나 야구장을 유쾌하게 만들 조짐은 분명 보여주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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