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윤석민(29)은 착실히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 노력의 증거, 최강의 무기였던 '슬라이더'에 묻어났다. 첫 불펜 피칭에서 공개된 윤석민의 슬라이더는 여전히 치명적이었다.
친정팀 KIA 타이거즈에 복귀한 윤석민이 빠른 실전 등판을 위해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귀국 이후 계속 KIA 구단의 예정보다 한 두 스텝씩 빠르게 팀 복귀를 서둘러 왔던 윤석민은 지난 9일부터 선수단에 합류했다. KIA는 10일부터 포항구장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 시범경기 2연전을 위해 9일 오후 원정숙소가 있는 경주로 향했다. 윤석민도 이 여정에 동행했다. 선수단과 함께 호흡하고, 같이 훈련을 하면서 빨리 실전 마운드에 서기 위해서다.
현재 김기태 KIA 감독은 윤석민의 실전 투입시기를 결정하지 않았다. 원래는 여유를 갖고 윤석민이 실전에 나설 수 있는 준비를 하게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윤석민이 열의를 보이자 생각을 조금 수정했다. 김 감독은 10일 포항구장에서 "코칭스태프에게 윤석민을 준비시키라는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준비'라는 건 실전 등판을 위한 플랜을 만들라는 뜻. 이렇게 되면 코칭스태프는 날짜별로 불펜 피칭과 라이브 피칭 그리고 각각의 투구수와 체크 포인트 등을 짜게 된다. 그렇게 해서 실전 등판까지의 훈련 코스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 단계가 되면 예상 등판일도 나온다. 결국 윤석민이 시범경기 등판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과정의 일환으로 윤석민은 10일 포항구장에서 본격적인 첫 번째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이대진 투수코치가 주축이 돼 미리 만들어놓은 투구 계획대로였다. 비록 이날 '이상 한파'로 인해 경기가 취소될만큼 날씨가 춥고, 바람이 불었지만 윤석민은 예정대로 투구를 했다.
날씨 등을 감안해 전력 피칭은 아니었다. 그러나 총 42개의 공을 구종별로 골고루 섞어 던지며 전반적인 투구 밸런스와 구위 등을 점검해나갔다. 포심패스트볼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을 모두 던졌다.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에 비해 투구 폼은 좀 더 간결해져 있었다. 그러나 전력 피칭은 하지 않고, 밸런스와 구종별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 투구였다. 구속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보였다. 날씨를 생각하면 합리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42개의 공 속에 윤석민의 지금까지 해온 훈련이 대부분 담겨있었다. 투구를 지켜본 김기태 감독, 조계현 수석, 이대진 투수고치 등이 대부분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들 "몸을 잘 만들어왔네. 저 정도면 금세 실전 페이스를 만들 수 있겠다"면서 흡족해했다. 이 코치는 "KIA와의 재입단 계약을 전후 해서 약 1주일 가량 훈련을 못했다고 그랬는데, 별로 차이가 없는 듯 하다. 워낙 그 이전까지 몸을 잘 만들어놓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윤석민의 이날 첫 번째 불펜 피칭에서 눈에 띄는 것은 '슬라이더'였다. 슬라이더는 윤석민의 '전가의 보도'같은 구종이다. 2011년 투수 4관왕을 달성할 당시 윤석민은 사실상 포심 패스트볼-고속 슬라이더의 '투피치'로 경기를 지배했었다. 150㎞가 넘는 포심이 꽂힌 뒤 면도날처럼 스트라이크존을 베고 나가는 시속 140㎞의 '고속 슬라이더'는 당시 타자들에게는 공포스러웠다.
비록 전력 투구가 아니라 이날 슬라이더 구속은 140㎞에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그 각도 변화만큼은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윤석민의 공을 받은 불펜 포수가 "예전의 그 구위 그대로다"라며 감탄을 쏟아냈다. 1차 테스트는 성공적으로 마쳤다. 빠른 시일 안에 윤석민의 실전 등판을 예상할 수 있다. 실전에서 과연 윤석민의 치명적인 슬라이더가 옛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포항=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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